[사 설]

자료 사진 / 중부매일 DB

'장미대선'을 앞두고 충북을 방문한 대선주자들이 KTX 세종역 신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이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히 가장 애매한 태도를 보였던 더불어민주당도 '4개 시도 합의'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해 KTX 세종역 신설이 힘들어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속단하기엔 이르다. 만약 대선주자들이 충북지역 표심을 의식한 발언이라면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의 전제조건도 여전히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세종역 신설은 없다"는 말이 나오기전에는 대선이후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등은 세종역 신설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답변하거나, 공개적으로 밝혔다. 특히 홍준표 후보는 지난 22일 "KTX가 마을버스도 아닌 데, 20㎞ 거리에 별도 역을 신설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하고 "충북도민이 염원하는 세종역 신설을 반대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KTX 세종역 신설은 충북도민들의 염원 이전에 비효율적이라는 점과 혈세낭비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세종시에서 승용차로 오송역까지 가는 시간은 불과 10여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세종시에서 오송역까지 대중교통 시스템도 청주시내~오송역 구간보다 더 짧다. 이 정도라면 행정구역만 다를 뿐 세종역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무엇보다 반경 20㎞내에 호남고속철도 분기역인 오송역과 공주역이 있는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세종역을 또다시 신설한다면 오히려 여론의 역풍이 불 것이 뻔하다. 타 지역과 형평성에 맞지 않을 뿐더러 세종시민이 아닌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만을 위한 역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세종역을 신설하면 오송역에 치여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송역 분기역으로서 위상이 하락하게 돼 지역갈등을 유발 할 수 도 있다. 그렇다고 두 곳에 모두 정차한다면 저속철도를 탈피하지 못하고 한곳만 정차하게 되면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게 된다. 오죽하면 KTX 세종역 신설을 약속했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의원과 같은당인 도종환의원도 "오송역에서 15㎞ 떨어진 곳에 역을 신설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국토관리 측면에서도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KTX 세종역 문제는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 철도정책의 효율성과 국가예산의 합리적인 투자라는 폭넓은 시각에서 봐야 한다.

문재인 후보의 발언은 다른 당이 비판한대로 '두루뭉술한 화법'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때 충청권 표를 의식해 세종시 원안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당선된 후 수정론을 제시해 충청도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 발언은 물론 공약이 바뀐 사례는 적지 않다. KTX 세종역 신설 백지화를 위한 충북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는 얼마전 활동을 중단하면서 "이제 역 신설은 더 이상 추진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지만 이젠 선거이후를 봐야 한다. 문재인 후보가 모호한 화법대신 KTX 세종역 불가에 쇄기를 박을 수 있는 명쾌한 답변을 하지않는 한 KTX 세종역 신설 문제에 긴장의 끈을 늦추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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