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무심천 미호천 / 김용수

필자가 청주로 이사 오기 전에 살던 바닷가 집 작은방에는 창문 밖으로 손이 닿을 정도로 키가 자란 앵두나무가 있었다. 하얀 벚꽃처럼 생겨 벚꽃나무인가 하면서 그냥 '예쁘구나!' 하며 감상만 하였으나, 며칠 뒤 창을 열어보니 꽃은 다 떨어지고 빨간 열매가 달려 있어 그제야 '앵두나무'란걸 알았다. 앵두가 작은 열매로 달렸기에 며칠 더 자라면 알이 조금 더 커지겠지 하고, 따지 않고 놔두었는데 아뿔싸! 이럴 수가! 그때 따먹어 보지 못한 게 사뭇 후회스러웠다. 누군가 벌써 한 알도 남기지 않고 모두 따버린 게 아닌가! 이런 일이 있고부터는 앵두만보면 그 생각이 새록새록 나곤 한다. 앵두는 '수줍음'이고, 앵두나무는 '오직 한사랑'이란 꽃말이 있어 우물가에서 동네처녀 바람 날 정도의 노래에 딱 맞는 색이었다. '오직 한 사랑'이니, 얼마 전 SBS-TV 방송대상작품이었던 '들 꽃 그리는 송만규 화가'의 들꽃그림과 인생사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사계절 들꽃을 찾아다니며 그림 그리며, 사진에 담아내는 작가를 보니, 필자의 바닷가 생활 5년이 절로 그리워지기도 했다.

봄이다 싶었는데 벌써 여름이 다가온다. 무심천(無心川)과 미호천(美湖川)을 중심으로 마을과 고을을 이루어 성장한 청주다. 필자는 청주로 와서 살면서 언제나 주말이면 무심천을 걷는 버릇이 생겨났다. 그러나 무심천을 만날 때마다 아쉬움도 있다. 무릎까지도 차지 않는 얕은 수심이 언제나 해를 받아 반짝이며 흐른다. 온갖 작은 물고기도 만나며 제법 큰 붕어 잉어도 보인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무심천 실개천에 '자연을 꿈꾸는 어린이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다행히 여기저기 문화행사를 만날 수 있고, 천변의 스피커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들려오고 자전거를 탄 행인들의 건강함을 느껴 볼 수 있어 좋다. 물이 맑은 이유는 사물의 형상을 비추기 때문일 것이다. 물은 밤에도 하늘의 달과 별들을 받아 비추고 낮에는 뜨거운 태양을 받아 반사하는 것이다. '맑음'과 연관성이 있어 '청주'일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그 '맑음'은 모든 면에서 필요하다. 필자가 구석구석 다녀본 청주에는 유독 질그릇과 항아리가 많다. 항아리들 속에는 된장 간장 고추장을 비롯하여 각종 효소와 저림 식품들이 가득 찬 풍경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이 또한 '맑음'이지만, 무심천을 보면서도 무상한 세상사의 일면도 볼 수 있다. 여기서 무심과 무상이란, 만물은 찰나에도 변하며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으로, 굳이 불교용어가 아니라도 좋다. 생(生)하였다가도 사하기 마련이며(生者必滅), 융성할지라도 반드시 쇠퇴하고(盛者必衰), 만나면 반드시 이별한다(會者定離)고 설파했으리라. 세상의 부귀영화나 권력도 영원할 수 없듯이 우리의 고통과 괴로움도 유한하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급속히 변하지만 이를 인식하지 못해 망각하고 있다가 덧없이 변해버린 삶을 보면서 무상함에 젖곤 한다. 권력의 추락을 넘어 패망함을 보면서 인생의 덧없음을 배운다. 고금의 역사를 거울삼아 충분한 교훈을 얻었음에도 유사한 일이 반복된다는 것은 문제다. 아마도 제어할 수 없는 인간의 끝없는 탐욕 때문일 것이다. 며칠 후면 나라의 지도자도 다시 뽑는다. 솥뚜껑에 놀란 탓인지 특별히 무엇을 기대하기가 두렵다. 그동안 여러 지도자들에게 나름의 기대를 걸어도 보았지만 별반 다르지 않다거나 속았다는 심정을 떨칠 수도 없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도 '혹시나 역시나'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마음이 무겁다. 나라의 경기가 절벽인지라 청년실업문제 해결과 국가 경제를 다소나마 살릴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왔으면 싶다. 봄 축제와 밤 문화가 살아있어 화사하던 벚꽃 잔치도 비바람에 흩어지고 무심한 봄도 지나가건만, 시름에 빠진 이 땅에 불꽃은 언제 다시 필런지. 4월의 청주를 장식하는 벚꽃의 꽃비가 기분을 좋게 하는 요즘. 벚꽃, 앵두꽃, 매화, 도화 구별하기조차 애매하지만 예쁜 꽃들이 멀어져가는 봄을 풍성하게 해주어 반갑기만 하다.

김호일 사무총장

우물가에 만발한 키 작은 꽃과 열매로 처녀 총각의 가슴을 설레게 했으니 새 노래도 생겨나겠지~ 청주의 봄, 아직은 개나리와 벚꽃, 하얀 목련이 담 넘어 얼굴을 내밀고 있는 4월이다. 무심천에 나가 가족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롤러스케이트를 즐기는 시민들도 만나자. 무심천을 걸으면서 생명의 숨소리가 들리고 '문화와 예술로 향기가 넘쳐나는 도시 청주'를 만들어 가려는 숨 가쁜 일정들이 준비되어가는 2017년의 활동들을 다시금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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