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 정치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 남북 대치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선거철마다 블랙홀처럼 등장해서 모든 이슈를 삼켜버렸던 안보문제? 그 개정논의로써 많은 이슈를 덮어버렸던 헌법의 후진성?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만 하려하는 책임감 없고 무능한 부패 정치인? 아니면 딱 잘라서 국정농단의 세력과 그 부역자들? 물론 위의 폐단들이 모두 문제점이기는 하다. 그러나 아래 언급하고자 하는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위의 문제점이 2차적으로 생긴 것이지 그 자체가 문제의 본질은 아니라 생각한다. 문제의 본질은 잘 알고 있지만 건드리기 두려운 역린, 국민들의 민주주의 학습부족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학습부족과 그로 인한 정치적 무관심 때문에 정치인들은 적극적으로 표를 줄 조직에 대한 관리에 힘쓰고 국민은 안중에 없다. 자극적인 소재를 무기삼아 소위 '프레임' 전쟁만 한다.

'프레임'의 구성도 인과관계가 명확한 합리적 '프레임'이 아니다. 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논하면 빨갱이로 만들고, 정부 시책에 반론을 제기하기만 하면 종북으로 만들어 버리는 광기어린 프레임이 문제인 것이다. 또한 그런 거지같은 프레임을 정치인들이 즐겨 활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민의 민주주의 학습부족과 그로부터 비롯된 무관심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정치 체계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국민의 생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20세기 초까지 수 천년간 왕조의 피지배 계층으로 살아왔다. 그 와중에 왕조가 외세에 의해 무너지고 한국전쟁이라는 대혼란기를 겪으면서 "아무튼 좋은 거니까" 민주주의가 생활로 익숙해지기 전에 지켜야할 "제도"로서 급격히 도입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에 대한 학습이 필요할 터이다.

그러므로 아직 왕조의 신민시절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는 민주주의 교육이 필요하고, 일부 정치인들의 민주주의를 가장한 반민주 행위에 혐오감을 느껴 차라리 무관심을 택했던 청년세대에게는 민주주의 재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마치 좌변기가 도입되었으나, 그 사용법을 교육받지 사람들은 좌변기에 두발을 딛고 올라가서 용변을 보는 분들이 있는 상황에서 그 자녀들은 "울 아버지 왜 이러시나"라면서 애써 무관심하고 있는 상황과 대략 비슷하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도 아주 짧은 시간에 상당한 민주적 성과를 이룬 우리 국민이 자랑스럽다. 고대 아테네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시작하고 민주주의가 자연스런 생활로 받아들이기 위해 셀 수 없는 피의 혁명을 경험한 서구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수천 년을 큰 변화없이 왕조의 지배 속에서 살아왔다. 국민이 스스로 자신을 지배할 수 있는 민주주의가 도입된지 100년이 안된다. 여전히 배움이 필요할 것이고, 그 배움은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다소 쌩뚱맞지만 그런 배움을 아파트에서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요즈음 필자가 지역에서 가장 크다고 하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포함된 사건을 진행하면서 필자조차 역시 민주주의 재교육이 필요한 무관심한 주민이었음을 깨달았다. 그 무관심은 지역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아파트 분쟁 사건과 같은 어이없는 사건을 만들고, 국가차원에서는 무관심한 국민들 뒷통수를 때리는 국정농단 사태까지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고대 민주주의가 처음 시작된 그리스에서는 현재 아파트 한 단지 입주민 정도되는 5000명 정도의 폴리스라는 정치 단위가 있었고, 그 시민들이 아고라라는 광장에 모여서 회의를 통해서 폴리스의 정책을 직접 결정하였다고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주민자치의 원리를 가장 충실하게 실현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70%가까운 국민이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고, 앞으로 건축이 예정되는 주거형태의 거의 대부분이 아파트라라고 하니 우리도 고대 아테네에서처럼 지금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광장에 주민들이 모여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되는 비리를 청산하면서 민주주의적 소양을 길러보는 것도 좋겠다. 그렇게 길러진 민주주의 소양이 국가차원으로 고양되면 정치꾼이 활용하는 저질 프레임에 당하거나, 국정농단을 허용하는 일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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