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서 보내온 40여 편 외할아버지가 묶어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11살 한준섭 어린이가 시집 '열살 꼬마시인의 노래'(대한출판)를 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시집에는 '나의 노래', '내가 닮고 싶은 인물', '비둘기', '어버이', '세월호의 눈물', '형제꽃', '거울', '별을 보던 '밤 등 꼬마시인이 쓴 40여 편의 시들이 들어있다.

현재 한 군은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아빠 한동일 목사를 따라 뉴질랜드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번 시집은 편지로 외손자의 시를 받아본 외할아버지(유인종·수필가)가 시집으로 묶었다.

한글을 스스로 터득하고, 앉기만 하면 책을 읽어 '책벌레'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한 군은 10살 꼬마가 쓴 시라고 믿을 수 없을만큼 깊이있는 시어들을 풀어내 주목을 받고 있다.

외할아버지인 유인종씨는 "외손자 준섭이가 일곱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고 아홉살까지 50편 가까이 됐는데 감정과 지식을 풀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할아버지가 시집을 내 줄테니 시를 써서 보내라고 했다"며 "그것은 목회를 하는 아버지를 따라 타국 뉴질랜드에서 생활하는 손자를 격려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외할아버지의 격려에 한 군은 사흘이 멀다하고 새로운 작품을 보내왔고, 할아버지는 바다를 건너 날아온 시들을 묶어 이번 시집을 펴냈다.

한준섭 군

현재 오클랜드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한 군은 "불안과 고독의 현실을 극복하고 희망과 용기를 품은 시인 윤동주를 닮고 싶다"며 세상에 빛이 되는 국어교사가 되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시인 이종남 목사는 시평을 통해 "한 군은 어리지만 시가 범상치 않아 그저 놀라울 뿐"이라며 "시원(詩源)이 신앙적으로, 정서적으로 무한하고 튼튼해 무한 잠재력이 보인다"고 평했다. 이어 "그러한 한 군의 시적 자원은 목회를 하는 부모와 함께 말씀을 나누는 기도와 묵상에서 빚어나오는 것으로 보이며, 단순한 생각에 머무는 묵상이 아니라 꿈을 꾸고 상상하고 의미화해 시로 만들어내는 놀라운 시적 영재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백야(White night) / 한준섭

어느 밤에 백야가 흐른다
다른 사람들은 꿈속에서
달콤함을 느끼고

난 아무도 없는 장터 판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던
나무에 기댄다

꽃비가 내리고
나는 초가집 아래에서
저 바다 끝에 있는 해를 보고

나는 꽃보다 더 아름다운
아침 종소리를 듣는다


둥근 하늘 / 한준섭

내가 외로울 때는 내 머리 위에
둥근 하늘을 열어라

내가 쓸쓸하거나 추울 때면
둥근 하늘에 천사들을 보내어
나에게 따뜻하고 밝은 노래를 주어라

저기 있는 외로운 산에서
그 노래를 부른다


◇세월호의 눈물 / 한준섭

어느 날 벌어지는 조국의 슬픔
거세진 파도와 햇살을 가리고

어느새 내려온 소나기가
그 조국의 슬픔은

바닷물처럼 흘러
바다 속에서 죽어있는 아이들

영원히 천국에서 잠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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