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불안·경제문제 해결할 지도자 뽑아야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어제 프랑스에선 39세의 정치신예 에마뉘엘 마크롱이 선출됐다. 그는 프랑스 정치를 양분해온 공화·사회당이 아닌 불과 1년 전에 창당해 국회에 의석이 하나도 없는 신당의 대표다. 반면 세계화, 이주, 문화 다원주의, 유럽 통합을 반대하며 국수주의를 선동한 극우 포퓰리스트 마린 르펜은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 결선 투표기간 프랑스는 마치 '2개의 프랑스' 같았다는 말을 들었다. 지역별, 이념적 분열양상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크롱의 당선 일성(一聲)은 '국민통합'이었다. 극우도 극좌도 아닌 제 3의 길을 걸은 그는 '자유·평등·박애'라는 프랑스 혁명이념 아래 분열된 국민을 통합해 나가는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21세기판 프랑스 대혁명'으로 평가되는 프랑스대선에서 우리가 배워야할 교훈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국민통합'은 차기 대통령이 추구해야할 가장 소중한 가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유례없는 대통령 보궐선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12월에 열릴 대선이 5월로 앞당겨 지면서 '장미대선'이 됐다. 60년 만에 겨울이 아닌 봄에 치러지는 대선이다. 이번 대선은 특히 진보·중도·보수진영으로 갈라서면서 5자구도가 됐다. 총칼만 없을 뿐 '선거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각 후보 진영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지지층 결집과 유권자들을 현혹시키기 위해 제시한 달콤한 선심성 공약이 난무했다. 더구나 이번 대선은 '촛불'과 '태극기'라는 이념적, 연령대별 간극(間隙)이 어느 때보다도 첨예한 선거였다. 박근혜 정부의 4년은 독선과 불통이라는 개발독재 시대의 논리가 나라를 혼돈(混沌)에 빠트렸다.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하는 무소불위 권력은 대통령제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대통령 탄핵은 국민 분열과 갈등을 촉발시켰다. 새정부가 출범하면 민주적 리더십의 복원과 국민적인 화합이 절실해졌다.

그러나 대선 판을 보면 나라의 미래가 녹록치 않다. 후보들의 입에선 통합은 커녕 국민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갈등과 대립의 언어가 판을 치고 있다. 데이터저널리즘 기관인 서울대 폴랩이 주요 후보의 공식 유세문 46만여 개 글을 분석한 것을 보면 '부패 기득권세력', '사드배치', '종북좌파', '계파패권주의', '국민을 적폐'같은 공격적이고 비판적인 강조어를 내세워 날선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희망의 정치 대신 양극화와 극단적인 절망의 정치가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다수 국민이 바라는 정치는 아니다. 그래서 투표장으로 향하는 국민의 마음은 무겁다. 지난주 사전투표율이 26%를 넘었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다섯 차례의 후보 토론회는 기대보다는 실망을 안겨주었다. 대선 후보들의 전직(前職)은 변호사, 검사, 의사, 박사, 노동운동가로 우리사회 최고의 학벌을 가진 엘리트들이지만 '봉숭아학당'을 연상케 하는 말씨름과 말꼬리잡기로 토론회의 격을 떨어트렸다. 토론회가 회를 거듭할수록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혼란스런 국가를 안정시키고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정치적인 역량을 보여준 품격 있는 토론회는 아니었다. 누가 당선되든 이들이 국가지도자로서 제 역할을 할지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다. 여전히 부동층이 25% 안팎에 달한다는 전문가의 분석은 이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선거는 최선의 후보를 뽑는 것이 아니라 차선의 후보를 뽑는 선거라는 말이 시중에 나돌고 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여진 과제는 산적해 있다. 그중 가장 큰 당면과제는 '안보와 경제' 그리고 '국민통합'이다. 미국의 팝스타 리처드 막스가 '한반도 정세가 불안하다'며 내한공연을 취소할 만큼 해외에서 보는 '코리아리스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호전적인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지도자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주변 국가에 대한 배려나 존중없이 제 할 말 다하는 '마초'형 지도자들이다. 이번에 선출되는 대통령은 '베링해'이상으로 거친 바다에서 주변 4강 지도자와 북한 김정은을 상대하며 대한민국호를 슬기롭고 안정적으로 항해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난제인 경제문제도 극복해야 한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대선을 앞두고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그 이면에는 청년실업, 재벌개혁, 양극화, 동반성장이라는 수많은 현안에 직면해 있다. 전쟁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지도자는 과연 누구인가. 무엇보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는 분열보다 통합이 절실하다. 정치보복, 과거청산에 매몰된 대통령에게 화합과 협치를 기대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을 바꿀 진정한 인물은 누구인지 국민들은 투표장에 가기 전 심사숙고(深思熟考) 해야 한다. 순간의 선택은 향후 5년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불투명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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