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실시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9일 밤 서울 광화문 세종로 소공원에서 열린 대국민 인사에서 지지자들의 손을 잡고 있다. 2017.05.10. / 뉴시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 실시된 대통령 보궐선거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당선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대선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은 비교적 높은 투표율로 드러났다. 역대 대선 중 드물게 진보와 보수 정당이 모두 분열된 채 치열한 각축을 벌인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국민들의 정권교체에 대한 뜨거운 기대감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새 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능과 부패로 야기된 국가적인 혼란을 종식시켜 국정을 조속히 안정시키고 국가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국민적인 요청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만큼 새 정부는 시작부터 엄청난 국민적 부담과 국가적 과제를 안게됐다.

지난 반 년간 대한민국은 '뇌사(腦死)국가'라는 말이 나올 만큼 국정리더십이 무너졌다. 지난해 10월25일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첫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 대한민국은 혼돈과 혼란의 연속이었다.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미국 트럼프정권의 통상 압력 등 복합적인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퍼펙트 스톰'이 한국을 강타했다. 그 와중에 국정운영의 컨트롤박스가 돼야할 청와대는 무력화됐고 국회가 대선에 몰두하는 동안 촛불과 태극기로 뒤덮인 광장과 도로의 민심이 정치를 주도했다.

이 와중에 국제정세도 급변했지만 국내에선 '장미대선'으로 우리사회 내부의 갈등과 균열이 심화됐다. 이 때문에 오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지만 국정운영은 더욱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많은 난제들이 그동안 비어있던 대통령의 집무실에 쌓여있다. '전쟁위험지수'가 올라가면서 불안한 안보문제도 '발등의 불'이 됐고, 사드배치논란에 따른 한·미·중과 대북 외교문제, 청년실업, 양극화현상, 재벌개혁, 저출산등 경제·사회적인 현안과제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만약 문 대통령 당선인이 '적폐청산'을 내세워 정치보복을 한다면 국민은 분열한다. 여기에 대선이후 정치권은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계개편이 가시화되면서 보수·진보 정당간 경쟁은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내분이 벌어진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과 통합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고 안철수 후보가 패배하면서 국민의당도 구심점을 잃고 표류할 수 있다. 다당 구조가 보수·진보의 양당체제로 회귀한다면 양측 간 갈등과 대립이 깊어질 것이 뻔하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 당선인은 무엇보다 국민통합을 통해 국민적인 갈등을 치유하고 협치(協治)로 원활한 국정운영을 꾀해야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당선 첫마디가 '국민통합'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도 집권 후 100일 이내에 통합의 리더십과 얼마나 효율적인 협치 시스템을 구축하느냐에 정권의 성패가 달렸다. 박근혜 전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은 탄핵과 파면을 낳았다. 국정개혁은 시대적인 과제지만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국론분열로 대한민국의 앞날은 가시밭길을 걸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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