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운명처럼 다가와 … 역사적 소명이라 생각"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국회를 찾은 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에 도착하고 있다. 2017.05.09. / 뉴시스

[중부매일 김성호 기자] 문재인 제19대 대통령 당선인은 1953년 1월 24일, 경남 거제군 명진리 허름한 시골 농가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을 피해 남으로 자유를 찾아 온 부모님이 처음 정착한 곳이었다.

이후 부산 영도로 삶의 터전을 옮긴 그와 가족에게 가난은 천형과 같았다. 끼니를 걱정해야할 정도로 궁핍한 시절, 예닐곱 살 그는 커다란 양동이를 들고 신선동 성당에서 나눠주던 구호물자를 받으려 긴 줄을 서야 했다.

그의 부친이 호남 이곳저곳으로 장사를 나서면 집안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모친은 연탄을 배달했다. 모친이 힘겹게 끄는 연탄리어카를 뒤에서 미는 일은 장남인 그의 몫이었다.

그는 자서전 '운명'에서 "자립심과 독립심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가난이 내게 준 선물이다. '돈이라는 게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지금의 내 가치관은 오히려 가난 때문에 내 속에 자리 잡은 것"이라며 "아마도 가난을 버티게 한 나의 자존심이었을지 모르겠다. 그런 가치관은 살아오는 동안 큰 도움이 됐다"고 가난한 어린시절을 회고했다.

그는 부산 최고 명문 경남중과 경남고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지만 공부만 하는 모범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운동을 하는 친구들과 어울렸고 자칭 뜨거운 문학청년들과도 우정을 쌓아갔다. 술도 먹고 담배도 피웠다. 싸움에 말려 친구들과 의리를 지키려다 정학을 당하기도 했다. 고교시절 처음 이름 때문에 붙은 '문제아'라는 별명이 나중에는 실제가 되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성적은 늘 좋은 편이었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역사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사학과를 가기에는 '점수가 아깝다'는 부모님과 담임 선생님의 반대로 결국 서울대 상대에 응시했으나 낙방하고 만다. 이후 재수 끝에 1972년 경희대 법학과 4년 전액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문재인 이등병? 꼬질꼬질한 잠바를 입은 바짝 마른 군인이었다. 시위하다 왔다고 하니까 하사관들이 괜히 한 대씩 쥐어박았다고." 사진은 특전사 시절.

1975년 4월 인혁당 사건 관계자들이 사형을 당한 다음날, 그는 사법살인에 항의하는 대규모 학내시위를 주도하다 끝내 구속됐고, 같은해 석방되자마자 징집신체검사와 입영통지서를 받고 결국 강제징집 당해 특전사령부 제1공수 특전여단에 배치됐다.

당시 특전사령관은 정병주 소장, 여단장 전두환 준장, 대대장이 장세동 중령이었다. 이후 12·12 신군부 쿠데타 때 참군인과 반란군으로 갈려 정 사령관은 반란군 총탄에 맞고 이후 강제 예편돼 비극적 삶을 마감한다.

군인 문재인은 폭파과정 최우수, 화생방 최우수 표장을 받았고, 공중낙하와 수중침투, 천리행군, 고급 인명구조 훈련 등을 거뜬히 치러낸 특A급 사병이었다. 상병 때는 북한이 일으킨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에 대한 대응작전에 투입되기도 했다.

군제대 후인 1978년, 갑작스럽게 부친이 사망했다. 이때부터 그는 사법고시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1979년 초 사법고시 1차에 합격한 뒤 1980년 학교로 돌아 온 그는 복학생 대표로 '서울의 봄' 한가운데 섰다. 같은해 4월 학내시위 와중에 2차 시험을 치렀는데 5·17 확대 계엄 조치가 발동되면서 경희대 운동권 핵심이라는 이유로 결국 구속되고 만다.

이후 5.18 광주항쟁을 앞두고 수많은 학생, 민주인사들이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군사재판에 즉결 회부됐지만 그는 5월 15일 서울역 앞 시위에서 발생한 경찰 사망사건의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느라 군사재판에 회부되지 않은 채 미결수로 남았다. 그러던 차에 경찰서 유치장에서 2차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는 통지를 받는다.

문 당선인은 대학시절 '알랭드롱'을 닮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 덕분에 현재 김정숙 여사를 만나 결혼에 성공했다고.

그는 사법연수원 시절 7년간 연애해온 김정숙 여사와 결혼했다. 대학 2년 후배인 김 여사는 법대 축제 때 처음 만나, 구속과 강제징집, 고시 공부로 이어지는 7년여의 연애 끝에 마침내 결혼에 이르렀다.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한 그는 사법연수원 수료식에서 연수원 성적 차석으로 법무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판사를 지망했지만 시위전력으로 임용에서 탈락된 그는 변호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고, 국내 최대 대형로펌에서 스카우트 제의까지 왔으나 결국 고향 부산행을 택한다. 억울한 사람을 대변하는 변호인으로, 또 홀로계신 노모를 모시고 살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이때 노무현 변호사와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다.

노무현과 문재인, 처음에는 동업자로 만났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일을 넘어 서로에게 삶의 동반자로 변해갔다. 각종 인권, 시국, 노동 사건을 기꺼이 맡다보니 자연스레 두 사람은 인권변호사의 길도 걷게 된다. 인권변호사 시절 그는 노무현 변호사와 함께 한 6월 항쟁의 기억을 살아 온 동안 가장 보람 찬 일이었다고 '운명'에서 술회했다.

참여정부가 시작되면서 그는 민정수석 2차례와 시민사회 수석을 거쳐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재임했다. 참여정부 출범과 마감까지 도맡은 것이다.

그는 지난 참여정부에 참여한 자신의 경험과 관련, "어느 정부든 공과 과가 있기 마련이다. 평가는 공정해야 한다"며 "그 정부의 한 축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차분한 성찰과 복기를 통해 오류와 한계는 겸허히 인정하고 성공과 좌절의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퇴임후 봉화마을에서 농부의 삶을 살던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정권의 정치보복은 결국 노 대통령의 서거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노 대통령의 장례 과정에서 상주인 그가 보여준 놀라운 절제력과 의연함이 국민에게 각인되면서 새로운 정치인 문재인이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문재인 당선인 26문26답

1. 키, 몸무게, 신발 사이즈는? 172cm, 67kg, 260mm

2. 혈액형은? B형

3. 종교는? 천주교(세례명 디모테오)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개방적. 특히 불교는 정서적으로 친근감을 갖고 있고, 여러 스님들과의 인연 때문에 불교신자로 오해받는 경우도 있다. 며느리의 부친은 목사.

4. 가족관계는? 부인 김정숙(63세) 자녀 1남(미디어 아티스트) 1녀(회사원).

5. 부모님과 형제자매는? 아버지 故문용형과 어머니 강한옥 사이 2남 3녀의 둘째이자 장남.

6. 신체의 비밀은? 임플란트와 발가락. 참여정부 시절 치아가 10개나 빠져서 임플란트 시술. 지금 원래 이가 몇 개 남지 않아 말할 때 조금 불편. 그리고 발가락이 정말 못생김. 지난 대선과 총선 때 전국을 돌아다니느라 굳은살이 생기고, 발톱이 빠져서 더 엉망.

7. 좌우명은? '어려울수록 원칙으로 돌아가라' 당장은 손해인 듯해도 결국은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진리 때문.

8. 어린시절 꿈은? 역사학자

9. 학창시절 별명은? 문제아. 획일적이고 억압적이었던 당시 교육 분위기와 안 맞아 부딪히다 보니 이름에서 비롯.

10. 취미는? 등산. 세 번의 히말라야 트래킹은 인생의 전환점이 됨.

11. 꼭 가보고 싶은 곳은? 함경남도 흥남. 6.25때 피난오시기 전에 부모님께서 사시던 곳이기 때문.

12. 하루 수면시간은? 7시간

13.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은? 회와 해산물을 좋아하고,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음.

14. 한 달 독서량은? 예전엔 10권 정도였는데 최근엔 바빠서 2~3권.

15. 좋아하는 노래는? 꿈꾸는 백마강.

16. 주량과 술버릇은? 주량은 소주 1병이고 특별한 술버릇은 없음.

17. 담배는? 2004년 민정수석 그만두고 네팔로 히말라야 트래킹 갔을 때 금연.

18. 습관은? 어떤 자료든 구석구석 읽어보고 토씨까지 내 스타일로 고쳐야 하며 이는 변호사 시절 변론서를 작성하던 버릇 때문인듯.

19. 나의 외모에 점수를 준다면? 대학시절 프랑스 영화배우인 '알랭들롱' 닮았다는 이야기를 좀 들었는데, 그 덕분에 소개팅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

20. 반려동물의 이름은? 풍산개 '마루'와 '깜', 고양이는 '찡찡이'와 '뭉치'

21. 가장 아끼는 물건은? 법무법인 '부산' 개업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개업선물로 보내준 괘종시계('증 노무현' 글씨가 새겨져 있음).

22. 자녀교육은?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 뭔가를 먼저 생각. 스스로의 선택을 존중했고, 둘 다 자신의 꿈을 키워 왔다고 보여짐.

23. 가장 기뻤던 일은? 사법시험 합격과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24. 가장 후회되는 일은? 아버님 돌아가시기 전에 잘 된 모습 보여드리지 못한 것.

25. 프러포즈는 어떻게 했나? 아내가 먼저 했음. 친구들과 있는데 아내가 와서 갑자기 "재인이 너 나랑 결혼 할 거야 말거야? 빨리 말해!"라고 해서 깜짝 놀라 "알았어"라고 엉겁결에 대답.

26. 대통령이 된 후에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 있다면? 광화문에서 국민들과 막걸리 한 잔 하고, 주말에는 아내와 같이 시장에 가서 장을 보는 소박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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