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자료 사진) / 뉴시스

지난해 성탄 예배 시 앞자리에 정장승복차림의 한 스님이 앉아 합장을 하고 신부님의 성탄 메시지를 들으면서 동의와 찬성의 표현으로 아멘(amen)을 한다. 종교는 달라도 전달되는 메시지에 공감과 감동으로 마음이 하나가 되었음이리라.

엊그제 부처님 오신 날 사찰 대법회에 참석하여 설법을 듣는 자리에서 수녀복장을 한 대여섯의 일행을 보았다. 그 옆에는 승복차림과 나처럼 평상복의 청중이 앉아있다. 모두가 진지한 모습으로 경청하고 있었다. 저마다의 생각으로 나름 깨우침이 있었으리라.

큰 스님의 말씀 중에 산행 길에서 만난 한 기독교 신자가 '초파일에 절에 가서 부처님 말씀을 들어도 될까요? 이교도가 절에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꼭 절을 해야 하나요?' 라고 묻기에, '자비로우신 예수님께서 사랑으로 다 용서하실 것이고, 부처님도 자비로 다 받아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종교인이 아니어도 자기가 숭배하고 존경하며 감사하는 이에게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하는 것이니 그것도 당연 용서하실 겁니다.' 부처님의 마음을 그대로 전했다고 한다.

사람대접을 받고 싶으면 먼저 사람이 되라고 하듯이 내 종교를 다른 사람이 따르게 하려면 내가 먼저 신뢰받는 종교인 되어야 한다. 각각의 종교는 저마다 섬기는 방식과 표현이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지향하는 목표는 사랑과 자비, 윤리와 자아, 극락왕생, 하늘천당처럼 서로 비슷하므로 자신의 마음이 안식할 수 있는 곳을 스스로 찾아 마음으로 섬기면 된다.

부처님이 언제 성모 마리아나 예수님을, 공자나 맹자를, 알라나 마호메트를 나무라거나 비난한 적이 있던가? 물론 예수님도 부처님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공자도 그랬고, 소크라테스도 그랬다. 그것이 지금껏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음이다. 모두 훌륭한 분들로 성스럽고 거룩하다고 조건 없이 믿고 받든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끝없이 뒤를 잇는다. 다함께 영원할 것이다. 형제간에 서로 다른 종교로 조상 모시는 일에 갈등을 빚어 불화가 그치지 않는 집안의 화목을 위해 가장인 아버지가 부처님을 찾아가 해법을 간구하니, 욕심 다 내려놓고 마음 열어 근심 걱정 다 끌어안으란다. 5대가 함께한 가족사진 모셔놓고 평상의 음식으로 차려진 식탁에 둘러 앉아 추모의 마음을 전하니 각자의 불만이 해소되어 관계가 돈후해진다. 어떤 불경에도 없는 말이다.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목회로 바쁜 목사님이 지역개발회의 책임을 맡아 운영하면서 교회의 예배당에서 회의를 한다고 참석자들이 불만이다. 회의실 사용도 무료이고, 음료수와 식사도 대접하면서 제반 편의 시설사용도 이용하는데, 비 신앙인과 다른 종교인들이 참석을 꺼려한단다. 교회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흡연실도 없고, 회식자리에 주류공급도 안되고, 교회에 나오라는 간접전도가 못마땅하단다. 목사님은 그 해법을 찾으려고 며칠 밤낮을 예수님과 독대하여 답을 들으니, '우리도 가정의 주방에서 밥 먹고, 거실에서 예배보고, 차와 와인도 마시고, 가족회의도 하고, 애들이 뛰어놀다 공부도 하며, 내실에서 출산도 하고 장례도 치르며, 매일 잠도 자지 않는가? 가정과 예배당이 무엇이 다른가? 화목한 가정에 마을꾼이 모이지 않던가! 사랑방으로 열어놓으면 오지 말래도 찾아올 것이니, 서두르지 말고 너그럽게 받아들이시오!' 이 또한 성경엔 없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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