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첫 스승의 날... 청주고 특별한 행사 마련
평소 선생님 이미지에 맞는 상장 만들어 감동 이벤트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젊은 시절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는데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아주 중요한 존재인데 스승의 날 카네이션 한 송이조차 드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청주고등학교 김태정(18) 학생회장은 청탁금지법이 가져온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오늘은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된 후 맞는 첫 스승의 날이다.

청주고 학생회는 스승의 날 김영란법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고 묘안을 짜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청주고등학교 학생회가 이색적인 이벤트를 마련했다.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으로 인해 스승의 날 카네이션 선물도 제대로 드리지 못하는 요즘, 청주고 학생들이 '1초김고은상', '베스트콧소리상', '기웃기웃상' 등 선생님들에게 존경과 사랑, 재치를 담은 상장을 전달하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김용수

학생들은 평소에 전하지 못했던 사락과 존경의 마음을 담아 교사들에게 감사의 상장을 드리기로 했다.

김태정 학생회장은 "학교에선 스승의 날 아무 것도 하지마라고 하지만 그냥 넘길 수 없는 날로 학생회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평소에는 칭찬의 의미로 학생들이 상(賞)을 받지만 반대로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상장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1·2·3학년 전교생은 각 반별로 담임과 부담임에게 드릴 상장을 준비하고, 담임을 맡지 않은 교사와 일반직원들의 상장은 학생회에서 마련했다.

상장이름과 내용은 평소 학생들이 관찰한 교상의 특성·성격 등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

매력적인 콧소리로 학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안효정(중국어) 교사에게는 '베스트 콧소리상'을, 항상 말끔한 옷차림과 훈훈한 외모로 학생들을 신사답게 지도한 박홍문(수학) 교사는 '젠틀멘상', 항상 기웃거리며 학업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한 박기우(수학) 교사는 '기웃기웃상'을 준비했다.

연예인 김고은을 닮은 외모로 학생들의 도서관 출석률을 높이는 데 기여한 윤희순(사서) 교사는 '1초 김고은상', 학교발전을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노력한 연금란(교무실무사) 교사는 '베스트 헌신상', 사랑하는 마음으로 급식메뉴를 발명한 박은복(영양) 교사는 '베스트 발명상', 학생들의 상처까지 말끔히 치유해준 정보경(보건) 교사는 '백의의 천사상', 따뜻한 마음과 달콤한 사탕으로 학생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이옥경(상담) 교사에게는 '마음의 안식처상'을 드린다.

멋쟁이 김돈영 교장은 항상 개성 있는 패션으로 청주고의 멋을 향상시켜 '패셔니스타상'을 받는다.

스승의 날을 맞아 청주고등학교 학생회가 이색적인 이벤트를 마련했다.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으로 인해 스승의 날 카네이션 선물도 제대로 드리지 못하는 요즘, 청주고 학생들이 '1초김고은상', '베스트콧소리상', '기웃기웃상' 등 선생님들에게 존경과 사랑, 재치를 담은 상장을 전달하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김용수

학생들은 영상메시지도 준비했다.

반별로 촬영한 영상메시지는 방송반의 편집 도움을 받아 하나로 만들어 교사들 메신저와, 학교 홈페이지, 학생회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하기로 했다.

감사 상장은 15일 오전 1교시 시작 전에 스승의 노래를 합창 한 후에 각 반별로 전달하기로 했다. 전교생이 모여 강당에서 진행하려고 했는데 교사들이 혹시 모를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까 우려감을 나타내 그만뒀다.

스승의 날 이벤트 비용은 교복 물려주기 수익금으로 충당했다. 이 학교는 졸업하는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교복 물려주기를 한다. 교복이 필요한 학생은 한 벌에 1천~2천원에 구매하고 그 비용은 학생회 회비로 체육대회, 축제 등에 사용한다.

2학년 김민섭(2년) 학생은 "이번에 스승의 날 감사상장을 만들면서 평소 선생님들의 모습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다"며 "오히려 김영란법이 진실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선호(2년) 학생은 "지금껏 소심해서 표현을 못했던 것이 많은데 그동안 가르쳐주신 초·중·고 선생님들께 사랑한다"고 전했다. 류주형(3년) 학생도 "제자로서 감동 드릴 것을 생각하면 기쁘다"며 3년 동안 함께 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청탁금지법은 스승의 날 선물뿐만 아니라 학생 개인이 교사에게 주는 카네이션을 금지한다. 종이 카네이션도 안 된다. 다만 학생 대표가 모든 학생이 있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주는 카네이션은 허용된다.

시행 8개월째는 맞고 있는 청탁금지법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교육현장에선 '껌 하나도 받지 마라'는 교육부의 지침에 사제의 정마저 끊기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반면 학교방문 할 때 고민하게 되는 선물 스트레스가 사라져 좋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학교 현장에선 아예 스승의 날을 학년 말로 옮기자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학생들은 청탁금지법 덕분에 물질로 표현하던 선물 대신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전하는 다양하고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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