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숲해설가

무심천 자료사진 / 중부매일 DB

무심천에 하얀 솜털이 날아다닙니다. 코끝을 간질거리며 숨이라도 쉴 라면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닙니다. 이른 봄에 피었던 버드나무의 꽃이 이제 씨앗이 달려 날아다닙니다. 버드나무의 큰일과는 일찍 마친 셈입니다. 예전부터 무심천 옆을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해온 버드나무들은 이제 하나둘씩 잘린 흔적만 남아있습니다. 바람에 은색의 잎을 흔들던 그 큰 버드나무들은 왜 사라져야 했을까요? 아마도 약 2주일 정도 사람들의 불편함에 오랫동안 살아온 자리를 내주어야 했을 것입니다. 지금도 슬픈 씨앗이 둥둥 떠다닙니다.

무심천 물속은 지금 사랑으로 가득합니다. 바로 번식기의 시기가 왔기 때문입니다. 화려하게 비늘을 바꾼 피라미 수컷과 붉은 분칠을 한 납지리 수컷들은 눈이 빨갛게 달아올라 암컷을 찾고 다닙니다. 이제 각자의 방식으로 알을 낳고 자신의 자손을 남길 것입니다. 그렇게 생명의 끈은 계속해서 이어져 갑니다. 이번에 만날 무심천 물고기는 낯선 손님인 강준치입니다. 이름을 딱 보니 쉽게 그 모습이 그려집니다. 준치와 닮은 물고기인데 강에서 산다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썩어도 준치라고 그 맛이 일품인 준치와 달리 강준치는 잔가시만 많고 맛이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도 그 크기가 90cm 이상 자라기 때문에 예로부터 약용과 식용으로 강준치를 이용했습니다.

강준치의 생김새는 아래턱이 위로 솟아올라 주둥이가 위로 향해 있는 특이한 모습입니다. 또 전체가 은백색이며 광택이 있습니다. 은백색 때문에 예로부터 백어(白漁)로 불렸습니다. 이만영(1604~1672)의 '재물보'에는 "백어(白漁)는 하천이나 호수, 또는 늪에서 산다. 배는 하얗고 머리는 크다. 큰 것은 6,7자에 달한다. 머리와 꼬리는 다 같이 위쪽을 향하고 있으며 살 속에는 잔가시가 많다."라고 강준치에 대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근데 여기서 6,7자이면 대략 180~210cm 정도 인데 정말 그 정도의 큰 강준치가 살았을까 의심되기도 합니다.

무심천에는 강준치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방서지구 부근에서 40cm 크기가 채집되었습니다. 미호천에는 강준치가 서식하고 있지만 수량도 적은 무심천에 강준치가 어떻게 살게 되었을까요? 추측하건대 대청호에 사는 강준치가 무심천으로 끌어오는 수로를 타고 떠내려 온 것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근데 낚시꾼들의 이야기에는 강준치가 무심천에 가끔 채집되었다고 하니 추측으로만 남습니다. 강준치가 가장 서식을 많이 하는 곳은 바로 강의 하류입니다. 예로부터 금강과 한강의 하류에 많이 서식하는데 강우럭, 물준치, 백다라미, 우럭, 우럭이, 준어, 준치 이 모든 방언들이 금강과 한강 일대에 주민들이 쓰이는 강준치의 이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강준치를 어디서 보았나 곰곰이 떠올리면 2년 전부터 낙동강의 칠곡 일대의 강준치 집단 폐사를 뉴스를 통해 보았을 것입니다. 집단 폐사의 원인은 정치적인 입장으로 나누어졌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높은 수온과 PH농도, 용존산소 과포화로 인해 집단 폐사가 생겼다.라는 주장과 수질과 상관없이 암컷들의 산란지 다툼과 먹이의 감소로 인해 폐사한 것이다.라는 의견입니다. 또 2016년도 낙동강 칠곡보에서 강준치의 집단 폐사의 원인은 조류(鳥類)의 기생충인 리굴라 촌충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강준치의 폐사는 기생충의 원인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2014년 첫 폐사는 리굴라 촌충이 있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다만 배속이 텅텅 비어 먹이가 적고 집단 스트레스라는 의견이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결국 종합해보면 강준치의 집단 폐사는 부적절한 수생태환경이라는 것에는 모두 동의할 사항입니다. 그럼 부적절한 수생태환경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박현수 숲 해설가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희생양은 바로 물고기들입니다. 경기도의 여주 이포보는 멸종위기종인 꾸구리와 둘상어를 사라지게 만들었고, 금강의 세종보에는 퇴적된 오염물질로 물고기의 서식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으며, 낙동강 본류의 구미보는 감천에 알을 낳던 흰수마자의 서식지를 파괴해 버렸습니다. 올해에도 수온이 일찍 올라서 큰빗이끼벌레가 점점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 문제의 해결점은 우린 알고 있습니다. 다만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거짓말과 자신의 허구를 진실이라고 믿는 리플리증후군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힘든 일입니다. 제발 올해부터는 이 강에 사라지는 물고기가 없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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