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기자단] 엘리사벳

봄 소식을 알리는 꽃이 매화와 산수유다. 지루한 겨울을 지내고 난 뒤 살아있는 봄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꽃들을 보면 대견하고도 반갑다. 그래서 사람이 엄청나고 차가 막혀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구례와 의성, 이천으로 봄꽃을 보러간다. 그런데 한번씩 다녀왔으니 올해는 사람이 별로 없는 곳으로 가고 싶어졌다. 꽃의 규모가 적고 풍광이 덜하다 하더라도 좋다.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너무 힘들고 사람이 많은 탓에 '여행을 하러 온건지, 고생을 하러 온건지'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검색하다 알게 된 '제천상천산수유 마을'을 찾았다. 이 곳에는 사람도 별로 없고 다른 곳 보다 비교적 가깝다. 전날 덥다고 느낄정도로 기온이 높은 날씨라 셔츠원피스 하나만 달랑 입고 갔다가 추워서 고생이 많았다. '다음에는 4월이라고 덥더라도 반드시 겉옷을 챙겨서 가야지!'

나와 사진을 자주 찍으러 다니는 지인이 내가 가기 전날 이미 다녀왔는데 산수유가 지기 전에 얼른 다녀오라고 미리 일러줬다. 내가 좋아하는 요소가 가득한 곳이라고 했는데 도착하니, 그 말이 딱 들어맞았다. 우선 한적해서 좋았고, 오래된 집들과 돌담들이 정겨워 또한 좋았다. 단, 추운 것만 빼고.

산책을 할 수 있도록 데크길이 놓여져 있기도 했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여유롭게 쑥도 뜯고 커피도 마시며 시간을 보내기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 저곳을 둘러보면서, 자칫 지저분해 보일 수 있는 물건들도 노란 산수유가 피어있어 이 또한 풍경이 됐다.

생각보다 크고 또 생각보다 예쁜 마을을 걷다보니 처음에 도착했을 때 보다 바람도 적게 불고 덜 추웠다. 그래도 차에 있는 얄꺼운 남편의 옷을 걸쳐입고 뒤쪽으로 난 길을 올라가보기로 한다. 금수산으로 통하는 등산로인데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한쪽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보여 나도 한번 올라가기로 했다.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는 그 곳의 배경이 아름다워서 일테니까 말이다. 올라가보니 정말이나 아름다웠다. 보이는 장면이 말 그대로 '수채화'였다. 괜시리 그림을 그리시는데 방해가 될까 싶어 인사만 짧게 하고는 잠시 구경을 하다 내려왔다.

내년 봄이 되면 이곳부터 생각날 것 같다. 그 때는 조금 더 시간을 쓰고 조금 더 걷고 조금 더 따뜻하게 입자. 제천상천산수유 마을은 생각보다 많이 좋았다.

http://blog.naver.com/iyelizabeth/220999617333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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