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단체 19일 추진위 발족, 5천500만원 모금, 10월 건립
美 글렌데일 소녀상 건립 주도한 마트 혼다 방문 맞춰 제막

청주 청소년광장에 위치한 '소녀상' / 김용수

[중부매일 윤여군 기자]충북에서 유일하게 위안부 피해 이옥선(87) 할머니가 생존해 있는 보은군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된다.

보은군 사회단체협의회는 올해 10월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목표로 오는 19일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발족한다.

추진위는 이 지역 200여개 사회단체가 참여해 구왕회 보은문화원장이 상임 대표를 맡고 사회단체 대표 20여명이 공동 대표로 나선다.

이들은 지난달 건립기금 모금에 나서 5천500여만원의 시민 성금을 모았다.

대전·전주·여수·상주시를 방문해 그곳에 세워진 소녀상을 직접 보고, 건립 계획 등을 구체화했다.

보은 소녀상이 세워질 장소는 보은읍 시가지 중심의 뱃들공원이 유력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충북 유일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살고 있는 속리산 입구에 세우자는 의견도 있다.

소녀상 제막은 올해 10월 보은에서 열리는 대추축제 기간에 맞춰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모금활동을 주도한 최윤식 보은군 사회단체협의회장은 "미국 애틀랜타 소녀상 건립위원 중 한 명이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정통한 '친한파' 마트 혼다 미국 전 연방 하원의원이 이 축제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그때에 맞춰 제막식을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혼다 전 의원은 201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글렌데일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면서 정상혁 보은군수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자매도시인 글렌데일을 방문한 정 군수는 시장 등을 만나 소녀상 부지 선정을 협의하고 시의회를 설득해 일본계 시민 반발을 무릅쓰고 소녀상을 건립하는 데 힘을 보탰다.

보은군 속리산면 사내리에는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7) 할머니가 홀로 지내고 있다.

1924년 일본군에게 끌려가 2년 넘게 '생지옥'을 경험한 그는 광복과 더불어 꿈에 그리던 고국 땅을 밟았지만, 만신창이가 된 처지 때문에 고향을 찾지 못하고 이곳에 정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할머니의 남다른 애국 활동은 그동안 여러 차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부국강병의 염원을 담아 매일 아침 대문 기둥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2010년에는 정부에서 주는 기초생활수급금과 위안부 생활안정지원금을 모은 돈 2천만원을 장학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그는 당시 "이 나라에서 내가 겪은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젊은 인재를 키우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해 듣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최 회장은 "보은 소녀상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큰 의미를 지닌다"며 "가능하면 제막식에 이 할머니도 참여시켜 일본군의 만행을 알리고, 진심 어린 사과를 촉구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충북에서는 청주와 제천에 소녀상이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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