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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렁 야옹이[주말에세이] 최시선 수필가

사람이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있다. 내가 고양이와 함께 살줄이야. 나는 요즘 고양이 두 마리와 한 집에서 살고 있다. 고양이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도둑고양이다. 어린 시절 부엌에 몰래 들어와 어슬렁거리다 인기척에 놀라 후다닥 도망치던 고양이……. 야밤에 비친 눈빛이 소름 돋을 정도로 으스스했다.

그런 고양이와 지금 한 집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때는 지금으로부터 열 달 전 아들의 미술 작업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반 지하 작업실로 들어왔다. 아들은 덜덜 떨고 있는 고양이에게 먹다 남은 통조림을 주었다. 고양이는 얼마나 배고팠던지 경계도 하지 않은 채 헐레벌떡 먹더란다. 그 후에도 고양이 두어 마리가 더 들어와 거두어 먹였더니 이제는 작업실이 고양이 집합소가 되었다.

고양이와 인연이 된 아들은 길고양이를 보면 그냥 보아 넘기지 못했다. 먹이를 주다가 그만 손을 물려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아들은 태연했다. 고양이한테 물리면 화가 나서 더 이상 거들떠보지도 않을 텐데, 오히려 사랑을 더 쏟아 부었다. 스스로 고양이 집사를 자처했다.

어느 날 군에 가겠다고 하며 작업실에 남은 고양이 두 마리를 맡아달라고 했다. 난 정말 망설였다. 고양이와 어떻게 한 집에서 살 수 있다는 말인가. 어쩌랴. 자식을 이길 수 있는 부모가 있는가. 아파트에 고양이 용품을 설치하고 기분 나쁜 동거가 시작되었다.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미칠 지경이 되었다. 이놈들이 적응을 못하는지 야밤에 야옹 야옹 울어댔다. 그리고 어슬렁거리며 집안을 들쑤시고 다녔다. 아, 이 노릇을 어찌하면 좋다는 말인가.

고양이에 관한 책을 읽고 네이버 검색을 하며 병원에 데려가 중성화 수술을 단행했다. 당장 길가로 내몰고 싶지만 아들을 생각하면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들의 분신이라 생각하니 화가 잠깐씩 가라앉기도 했다. 하룻밤은 하도 울어대기에 물건을 집어던져 위협을 가했더니, 이놈들이 기겁을 하여 어디론가 숨어 나오지를 않았다. 이후 나를 제일 무서워했다. 지금도 한 놈은 여전히 무서워해 곁에 잘 오지를 않는다.

고양이는 원래 야생이었는데 고대 이집트인들이 집에서 기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에게 고양이는 주술적인 동물로 각인되어 있다. 원한을 풀거나 도둑이 잡히지 않을 때 고양이를 이용했다고 한다. 고양이에 얽힌 이야기가 문헌에 전한다.

어느 어부가 낚시를 했는데 잉어가 잡혔다. 알고 보니 그 잉어는 용왕의 아들이었다. 어부는 얼른 잉어를 놓아주었는데 용왕은 이를 고맙게 여겨 어부에게 여의주를 주었다. 어부는 단번에 부자가 되었다. 그런데 이를 탐내던 어느 방물장수 할멈이 속임수를 써서 가져갔다. 이에 격분한 개와 고양이가 할멈 집에 잠입하여 결국은 여의주를 찾아냈다. 고양이가 쥐의 왕을 볼모로 잡고 쥐떼로 하여금 여의주를 찾게 했다. 고양이는 여의주를 입에 물고 개의 등에 올라타 강을 건너던 중 그만 물에 빠뜨리고 말았다.

물속을 뒤지며 여의주를 찾다가 개는 그냥 돌아왔는데, 고양이는 어부들이 잡아 올린 물고기를 뒤지기 시작했다. 여의주를 먹은 물고기는 필시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죽은 놈만 뒤졌다. 아니나 다를까. 죽은 한 마리에서 여의주가 나왔다. 고양이는 여의주를 주인인 어부에게 갖다 주었다. 어부는 너무도 기뻐했다. 이때부터 고양이는 방안으로 들여 이부자리를 함께 하고, 개는 밖에서 자도록 했다고 한다.

참 재미있다. 알고 보니 고양이가 친근해진다. 불가근불가원, 가까이 할 수도 없고 멀리 할 수도 없는 그런 존재로 여겼으나 이제는 가까이 하기로 했다. 무엇이든 마음먹기 나름이 아니겠는가. 나쁘게 보면 한량이 없는 법! 마음을 바꾸고 나니 이렇게 달라지는 것을…….

최시선 수필가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하니 이놈들이 이제는 대놓고 달려든다. 그 중에 한 놈은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소파에 앉으면 껑충 올라와 가슴팍을 파고들고 기어올라 와 턱에 코 박치기를 하며 사랑을 고백한다. 그것도 남자 고양이가 남자에게! 그러면서 그르렁 그르렁 소리를 낸다. 너무 좋다는 의사 표시란다. 문제는 털인데 자주 빗어주니 그것도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이놈들은 대소변을 잘 가린다. 반드시 지정된 곳이 아니면 용변을 보지 않는다. 그리고 흔적을 없앤다. 참 신기한 놈들이다. 영물이라 하는 것이 괜한 말이 아닌 것 같다.

고양이, 이제는 친구가 되기로 했다. 교감하면서 체온을 느끼며 살기로 했다. 단, 아들이 군에서 제대할 때까지. 그 이후는 나도 마음을 모르겠다.

 

<프로필>
▶월간 문예사조 수필 등단
▶CJB 청주방송 제5회 TV백일장 수필 장원
▶한국문인협회, 청주문인협회, 충북수필문학회 회원
▶저서 '청소년을 위한 명상 이야기', '학교로 간 붓다', '소똥 줍는 아이들'
▶광혜원고 교장

중부매일  jb@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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