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7.05.18. / 뉴시스

'재벌의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어제 임기 초반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 등 골목상권 문제 해결에 총력을 다하는 등 공정질서 확립을 통한 민생 개선 정책에 최우순 순위를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의 갑질과 불공정이 만연되고 서민들의 골목상권이 위축되고 있는 현실에서 김 위원장의 민생개선 정책은 시의적절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베이비붐세대의 자영업 진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가맹본부의 횡포로 전 재산을 날리고 노후에 빈곤의 늪에 빠지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김 후보자는 어제 "공정위가 행정력을 총동원해서 집중해야 할 것이 가맹점 등 자영업자 삶의 문제가 되는 요소들"이라며 "공식 취임하면 초반 집중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가맹점 등 골목상권 문제는 많은 이해관계자가 걸려있고 정확한 '팩트파인딩'(사실확인)이 안되면 의욕만 앞선 잘못된 정책이 나올 수 있다"며 정확한 실태 파악을 먼저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의 갑질과 불공정은 고질적인 병폐다. 가맹본부의 일방적인 가맹계약 해지와 상생협약 파기, 필수물품 구매강요, 매장점검을 통한 가맹점주 압박, 합법을 가장한 정보공개서 등록 악용, 과도한 할인행사 등은 대부분 퇴직금에 대출금까지 투자한 가맹점주들의 의욕을 상실케하는 일반적인 사례다. 근로자에겐 해고가 직업을 박탈해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이지만, 가맹점주는 직업을 잃을 뿐만 아니라 이리저리 끌어 모은 투자금까지 한꺼번에 잃기 때문에 가족의 삶까지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도 미흡하다는 것이 문제다.

이렇다보니 가맹본부의 갑질은 끊이질 않고 있다. 실례로 미스터피자는 식자재 인하를 약속하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가맹점주들이 납부한 광고비를 매월 5억 원씩 집행하기로 상생협약을 맺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바르다김선생은 혼합미를 도정한 쌀을 비롯, 식용유, 일회용 숟가락, 팬손잡이 등 일반 공산품까지 본사로부터만 구입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자에땅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물류비 폭리 및 불투명한 광고비 집행에 항의하기 위해 가맹점주단체까지 결성했다.

이런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특히 직장에서 물러난 이후 가맹점 시장에 속속 진출한 베이비붐 세대의 빛이 심상치않다. 이들의 2금융권 대출이 사상 최대폭으로 급증해 10조원을 돌파했한 것이다. 향후 금리 상승기에 대출이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돼 가맹본부의 갑질로 재정적인 피해를 볼 경우 빚만 잔뜩 껴안고 손털고 나오는 사례도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에 SSM(기업형슈퍼마켓)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공략하는 대형유통업체의 공세로 상당수 영세자영업자들은 최저생활비도 못벌고 있다.

김 내정자는 지난 정부가 기업에 유리하게 바꿔놓은 대규모 유통업법 과징금 고시 등 행정명령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과징금 상한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자칫하면 기업을 위축시킬 수 있지만 불공정 행위로 가맹점주와 자영업자들이 벼랑끝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가 지자체가 협업을 통해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다짐은 우려보다 기대가 훨씬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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