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 '하도급거래 부당 단가결정 애로조사' 결과
전국 중소제조업체 300개사 대상 조사

연관이미지 / 클립아트코리아

#1 선박부품 제조업체 A사는 단가협상을 할 때면 대기업 구매담당자로부터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제시받고, 사정 반·협박 반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강요받는다. 다른 계약조건에 대해서도 이래라 저래라 할 수가 없다. 결국은 해달라는 대로 해줄 수밖에 없다.

#2 의류잡화 부자재 제조업체 B사는 대기업으로부터 단가 인하를 위해 연매출에 육박하는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도록 지시를 받았다. 자금 지원은 없다. 장비가 좋아지면서 생산비는 절감이 되지만 이에 따른 이익은 대기업의 몫이다. 아울러, B사가 견적서를 작성하여 대기업에 제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대기업이 견적서를 작성하여 B사에 전달하는 방식이 오래 전부터 유지되고 있다.

#3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C사는 매년 3%의 단가인하를 조건으로 대기업과 계약했다. 단가인하의 여력은 제한되어 있는데 계약기간이 끝나면 거래보장을 전제로 계속 단가인하를 요구한다. 자동차의 경우 한 번 개발되면 10년씩 생산하는 것도 있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부품의 경우 단가가 안 맞는 경우가 많다.

[중부매일 서인석 기자] 아직까지 대기업들이 중소제조업체들과 납품단가 협상에 있어서 일방통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당 단가결정에도 협력업체 10곳 중 6곳은 별다른 대책 없이 수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 10곳중 6곳 별다른 대책없이 수용.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는 납품단가 협상이 연초에 집중적으로 이뤄짐을 감안해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하도급거래 부당 단가결정 애로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결과, 납품단가 협상시 대기업의 일방통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부당 단가결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업체 중 34.9%가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단가를 결정한 후 합의를 강요했다고 응답했다.

지속적인 거래관계 보장을 전제로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결정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23.3%였다.

대기업이 부당하게 단가를 결정하는 이유는 과도한 가격경쟁(58.1%), 경기불황(14.0%), 업계관행(11.6%)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납품단가 협상시기는 1월에 많아

납품단가 협상시기는 1월(50.6%), 12월(14.9%), 3월(11.9%)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으며, 협상주기는 수시(50.3%)로 협의하거나 1년 주기(40.3%)로 조사됐다.

협력업체들은 부당한 단가결정에도 별다른 대책 없이 수용(62.8%)하는 경우가 많아 대기업의 가격경쟁에 따른 부담이 협력업체로 전가되어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제조공정 개선을 통해 부당 단가결정에 대응하는 업체는 9.3%로 많지 않았다.

제조원가를 구성하는 요소 중 인상요인이 있음에도 납품단가에 가장 반영이 되지 않는 항목은 노무비(47.9%)이고, 그 다음은 재료비(38.7%)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납품단가 협상이 많이 이루어지는 연말·연초에 공정한 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며, "대기업은 일방적인 단가 인하보다는 공정한 방법을 통해 협력업체와 함께 생산성을 올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조선업, 전기·전자, 자동차 순

전체 조사대상 업체의 14.3%가 부당 단가결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는데 업종별로는 조선업종이 19.3%로 가장 높았으며, 전기·전자(15.9%), 자동차 (13.3%) 순으로 조사됐다.

조선업종의 경우 노무비가 원가구성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정확한 납품단가 산정이 어렵고,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조선업종의 불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결정하는 행위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업체가 바라는 정책방향은 자율적인 상생협약 유도(45.3%), 판로다변화(19.0%), 모범 하도급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19.0%) 순으로 나타났다.

박상언 중소기업중앙회 충북지역본부 부장은 "이번 조사는 전국대상 조사로 알고 있지만 충북지역도 청주, 오창, 음성지역 등에 자동차 관련 납품업체들이 있어 강도면에서 조금씩 차이는 보일지 몰라도 조사결과와 비슷한 현상을 보일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납품단가를 협상 할 경우 일방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조사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이후 공정위원장과 정책실장 등이 바뀌면서 정책입안시 이런 문제점들이 반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차원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