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자료사진. 뉴시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였던 2013년 3월 청와대 회의 스타일을 꼬집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그는 당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회의 스타일은 '받아쓰기 시험'을 치는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장관들이 대통령과 토론을 하고 논쟁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취지였다.

그는 "대통령과 장관들의 국정 토론회 모습을 방송으로 봤는 데. 대통령은 말하고, 장관들은 열심히 받아 적기만 했다"며 "청와대 수석 비서관 회의 모습도 이러리라 짐작된다"고 비판을 가했다. 조 수석은 당시 노무현 정부 당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졸다가 발언을 했던 '엽기수석 유인태(전 국회의원)'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노 대통령과 맞담배를 피우며 토론하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졸다가 발언을 했다는 유인태 이야기가 떠오른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웃지 못할 일화가 있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순간 그의 어머니는 군사법정에서 깜빡 졸았다고 하지 않는가.

조 수석 얘기는 '최순실·박근혜 뇌물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와대 분위기를 전혀 짐작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나왔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게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앞서 구속된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지시를 제대로 기억하라"는 질책을 받은 후 2년 4개월동안 업무수첩 59권 분량의 메모를 남겼다고 하지 않는가.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빼곡히 적을 수 밖에 없었던 분위기 였다. 말뜻 그대로 '적자 생존'이 적용됐던 모양이다.

사실은 청와대 회의는 일일이 메모를 할 필요가 없는 구조이다. 회의장에는 속기사가 배치되기 때문이다. 일일이 적지 않아도 얼마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받아쓰기를 외면할 배짱은 누구도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의 '레이저 빔'이 그냥 있지 않았을 게다. 결국 이런 문화는 박 전 대통령과 참모들을 옥죄고 말았다. 안 전 수석의 메모에 담긴 '일거수 일투족'은 박영수 특별수사팀이 박 전 대통령 등 국정농단 세력을 기소하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로 작용했다.

한인섭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받아쓰기 시험'이라 질타했던 조국 수석이 포함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 '받아쓰기'와 계급장, 결론없는 이른바 '3無 회의'가 화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처음 주재한 청와대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3無 회의'를 천명했다고 한다. 경직된 청와대 분위기를 쇄신해 소통의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이다. 청와대가 토론를 시작했으니, 아마 관가(官家)에는 토론 문화가 '트렌드'가 될 게 뻔하다. 청와대의 취지대로 '선토론 후결론' 문화가 어떻게 정착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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