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우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7.05.29. / 뉴시스

'위장전입'의 벽에 부딪쳐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문제가 불투명해진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사례는 상당수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성이 국민눈높이에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져준다. 박근혜 정권때도 무려 4명의 총리후보가 잇따라 낙마한 것을 감안하면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물이 흔치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표절 등의 문제가 있는 사람은 고위 공직자로 임용하지 않겠다는 5대 인사원칙을 밝혔지만 막상 정권을 창출한 이후 인선과정에서 조각(組閣)이 얼마나 힘든지 깨달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어제 "저는 5대 비리 배제 원칙이 깨끗한 공정 사회를 위해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 한다"며 "하지만 제가 공약한 것은 그야말로 원칙이고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5대 인사원칙을 고수하기 힘들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당선 첫날 총리를 지명한 것은 최대한 빠르게 내각을 구성해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검증부실의 덫에 걸렸다. 강 외교부장관 후보자의 경우는 청와대 인사수석이 아예 "장녀가 미국에서 1년간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2000년 2학기에 한국으로 전학을 오면서 1년간 친척 집에 주소를 뒀다"고 밝히기도 했다. 위장전입과 이중국적은 사실이지만 비외무고시 출신에다 한국인 여성으로서는 유엔에서 최고위직을 거쳐 온 인물로 외교부 7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장관이라는 파격성에 내세운 것이다. 도덕적으로 하자가 있지만 능력은 출중하니 봐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위장전입뿐만 아니라 거짓말한 것 까지 드러났다. 딸의 국내 고교 진학을 위해 위장 전입한 아파트는 친척 집이 아니라 해당 고교 교장이 전세권을 가진 집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런 인물이 외교장관이 되면 외교정책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새 정부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청와대는 일정상 인사검증을 철저히 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검증부실의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임명동의안을 받기위해 거짓말까지 했다면 과감히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옳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도 새 정부가 한시 바삐 내각의 진용을 갖춰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렇다고 도덕적으로 흠결이 많은 인물이 임명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여야 4당이 국무위원 등 인사청문 대상자에 대한 검증의 세부기준을 마련하자는 원칙론에 일단 의견 접근을 이룬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세부적인 인사검증기준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적어도 총리와 장관에 임명되는 우리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 관행을 앞세워 불법과 편법을 당연시 했다면 어떤 국민이 법질서를 지키려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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