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한인섭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5월 29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도 공무원 여성정책관 발탁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도가 개방형 직위제도를 내부 승진제도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신동빈

2012년 임용돼 엊그제까지 지난 5년간 근무한 변혜정 전 충북도 여성정책관이 제대로 남긴 업적이 있어 보인다. 여성공무원 조직을 향해 '오빠문화'라는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는 방식으로 '부아'를 질러 놓았다. 공직을 떠날 때는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민단체가 '변혜정표 오빠문화'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 '확인사살'까지 했으니 말이다.

1일 취임한 전정애 충북도 여성정책관 조차 시민단체 회견 내용을 접한 후 '신조어'가 나왔나 싶어 인터넷 검색까지 했다는 '오빠문화'는 남성 위주였던 과거 공직사회(지자체) 여성 공무원들에 대한 '비아냥'이나 마찬가지다. 공직사회의 여성공무원들이 결재와 근무평정, 승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면 남성 상사들을 향해 "오빠…. 오빠…."해야 하지 않냐는 소리이다. 그래야 '만사가 형통이지 않냐'는 게 그녀의 시각이었던 모양이다. 2~3년 단위의 '재임용'에만 신경쓰면 될 입장인 변 전 정책관의 언급은 육아와 가사, 근평과 승진에 속을 끓여야 하는 여성공무원들에게 어떻게 비쳐 졌을까.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충북도의 현직공무원 선발을 비난하면서 개최한 기자회견을 통해 비로서 '오빠문화'라는 말이 세간에 알려졌다. 그러나 여성공무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꽤 오래된 얘기였다고 한다. 변 전 정책관은 3~4년전 여성공무원들과 가진 워크숍에서까지 이를 공개적 거론했다고 한다. 여성정책의 실무책임자였던 그녀의 발언은 직급으로 따지면 한두단계 낮은 여성공무원의 거친 항의와 질타를 감수해야 했다. "당당한 경쟁을 하며 생활하고 있는 데 무슨 소리냐. 매도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한 여성공무원은 "속이 뒤틀려도 대부분 참았지만, 속 시원하게 질러댄 공무원이 있었다"고 전했다. 변 전 정책관은 이런 자리 뿐만 아니라 학술발표 형식의 자리에서도 같은내용을 거론했다고 여성 공무원들 기억한다.

한인섭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시민단체들이 이번에 '오빠문화'를 거론하자 충북도청 공무원노조가 '핏대'를 바짝 올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충북도청 여성공무원 모임인 '목련회'까지 나섰던 것도 마찬가지 이다. 개방형 직제를 통한 공무원 채용이 지닌 장점은 물론 많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처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벽'을 스스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외부 전문가 스스로 물과 기름과 같은 존재를 자처한 셈이다.

개방형 공무원 채용에서 '감초'같은 존재가 된 '학위'를 자격기준으로 제시하는 것 역시 큰 문제라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액세서리'에 불과 할 수 있는 학위는 이미 '풍년'이 된 게 우리사회 이다. 공무원 조직이나 개개인의 경쟁력을 따라잡기 어려울 수 있다는 소리이다. 공모 때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 일을까"라는 눈총을 받는 여성정책관 자리가 돼서는 곤란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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