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마사 멘도자, "희생자 억울함 풀려 다행"

[중부매일 윤여군 기자]한국전쟁 발발 초기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사건의 희생자 넋을 기리는 합동위령제가 2일 오전 노근리평화공원 위령탑에서 열렸다.

노근리 사건 발생 67주기를 맞아 올해로 19회째 열린 합동위령제는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회장 양해찬) 주관으로 민간인 학살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유가족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자 마련됐다.

노근리 사건은 1950년 7월 25∼29일 북한군 공격에 밀려 후퇴하던 미군이 항공기와 기관총으로 피난민 대열을 공격해 200여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사건이다.

이날은 피해자와 유가족, 박세복 영동군수, 구만섭 행정자치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장, 고규창 충청북도 행정부지사, 관내 기관단체장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히 거행됐다.

특히 노근리 사건을 전 세계에 알려 2000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AP통신의 마사 멘도자(Martha Mendoza)기자가 합동위령제에 참석하여 눈길을 끌었다.

가족과 함께 한국을 방문 중인 마사 멘도자는 (사)노근리국제 평화재단의 초청을 받아 합동위령제에 참가하게 됐으며, 위령제를 마친 후 노근리사건 생존피해자 및 유족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해마다 사건이 발생한 7월에 위령제를 열었지만, 무더위와 건강 등의 문제로 힘들어 하는 유족을 고려해 올해는 6월로 당겨졌다.

추모식은 헌화·분향과 위령사, 추모사에 이어 난계국악단, 아마레 앙상블 공연단의 추모공연이 이어지며 피난길에서 억울하게 숨진 영혼들을 달랬다.

양해찬 회장은 "한국전쟁중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의 가슴속 맺힌 오랜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해 위령제를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며 "이 위령행사로 비극의 사건을 재조명하고 많은 이들이 평화와 인권의 중요성을 공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노근리 평화공원은 2011년 10월 국비 191억 원을 들여 학살 현장 인근 13만2천240m²에 조성돼, 대한민국의 '평화와 인권'을 상징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추모공간과 더불어 문화·휴식공간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노근리 사건' 보도 AP통신 기자 "희생자 억울함 풀려 다행"

"뒤늦게나마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고 희생자들이 억울함을 풀게 된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한미 합동조사 이후 추모사업과 보상 협의 등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노근리 사건'을 처음 세상에 알린 AP통신의 마르타 멘도자(Martha Mendoza). 그녀는 '노근리 사건' 으로 '퓰리처 상'을 수상했다.

기자는 2일 충북 영동의 노근리 학살현장을 찾은 감회를 이렇게 피력했다.

AP통신 방콕지사 근무 중 휴가를 얻어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멘도자 기자는 학살 당시 탄흔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경부선 철도 쌍굴을 둘러보고, 유족회가 마련한 67주기 합동 위령제에도 참석했다.

'노근리 사건'은 1950년 7월 25∼29일 미군이 경부선 철도를 따라 이동하는 피란민 대열을 향해 공중 공격과 기관총 사격을 가해 발생했다. 이후 정부는 한미합동조사와 유족 신고 등을 통해 이 사건 피해자를 사망 150명, 행방불명 13명, 후유장애 63명으로 확정했다.

멘도자 기자는 최상훈 기자 등 동료 3명과 이 사건을 추적해 1999년 처음 세상에 알린 주인공이다.

당시 이들은 '노근리 다리'라는 기획 기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헤쳤고, 이 기사로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는 당시 취재와 관련해 "한국전쟁 때 미군이 매일매일 작성하던 일지가 있었는데, 노근리 사건이 벌어진 기간의 기록이 빠진 것을 알게 됐다"며 "비밀을 풀기 위해 당시 현장에 있던 12명의 미군을 직접 찾아 나섰고, 그들로부터 충격적인 증언을 다수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년 가까운 취재기간 편집국 내에서 여러 차례 고함이 오갈 정도로 매우 민감했던 사안이었다"며 "기사가 보도된 뒤 탐사팀이 해체되고 나도 실리콘밸리로 발령 날 정도로 후유증도 있었다"고 순탄치 않았던 보도 과정을 소개했다.

당시 탐사팀을 이끌던 찰스핸리 기자가 취재 과정 등이 담긴 책을 집필하고 있다고도 했다 .

그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유감 표명 이후 이 사건이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막상 현장에 와보니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생존자들이 살아 있는 동안 보상을 포함해 이 사건을 매듭짓기 위한 한미 양국의 의미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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