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한인섭 정치행정부장 겸 부국장

가수 송대관 / 뉴시스

조폭에게 '인사'는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으레 검은양복 차림과 깍두기 헤어스타일에 90도 인사를 떠올릴 정도이니 말이다. 검경이 조폭단속에 열을 올렸던 2002년 1월 청주지법이 선고한 청주시내 한 폭력조직원 폭행 사건 판결문을 보면 이들에게 '인사'가 뭔지 새삼 확인된다.

A씨가 속했던 청주 시라소니파 행동수칙은 이랬다. 먼저 '형님들을 보면 90도로 인사할 것'이라는 내용이 앞줄을 차지한다. 이어 '형님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 것'이라는 게 뒤를 잇는다. '선배 명령지시에 절대 복종하고, 전쟁(반대파와의 싸움을 지칭)에는 앞장서 용감하게 싸우고 후퇴하지 말 것'이라는 신라 화랑도(花郞徒)를 흉내 낸듯한 '조폭의 본령(本領)'도 빠지지 않는다. '탈퇴는 없다. 머리와 복장은 단정하고, 구역순찰을 돌 것'이라는 내용으로 끝나는 '수칙'은 지휘체계를 갖추고, 지휘부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단체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폭의 범죄사실을 담은 공소장과 판결문 특징은 절반 이상이 '단체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가령 판결문이 9페이지 분량이라면 지휘부 명단과 탄생 배경을 기술한 게 3페이지를 차지한다. 나머지 3페이지 정도는 기수별 명단이 첨부된다. 이 중 아래 위를 알아봐 '인사' 하는 것은 '계보'를 서로 인정하는 것이라 빠지지 않는다.

'건방진 태도'가 경쟁 조폭의 살인을 야기했다는 수사 결과도 있었다. 청주에 폭력조직원들이 들끓던 1989년 5월 12일 새벽 1시5분께 청주시 북문로 2가(당시 주소) 나이트클럽 한국관 인근 흥국생명 앞 노상에서 폭력조직 지휘부로 분류됐던 B씨(당시 24)가 살해당한 사건 이다. B씨는 당시 C씨(당시 19)등 3명과 마주치자 "왜 선배를 보고도 인사를 하지 않느냐. 이××들 내 밑에 와서 일을 하지 않으려면 청주를 뜨라고 했는 데, 왜 또 왔냐"며 발로차고 머리를 툭툭 쳤다고 한다. 화가 난 C씨 등은 "선배라고 꼭 인사를 하라는 법 있느냐"며 말대답 한 게 화근이 됐다. C씨 등은 서로 흉기를 휘둘러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교도소에서 출소한지 3~4년이 지났던 2003년 무렵 만난 C씨 얘기는 '이권' 때문이지 '인사' 때문이 아니었다 했다. 그러나 사건 당시에는 '조폭의 인사'가 사건의 빌미가 될 수 있다해도 통용됐던 세태였다.

한인섭 정치행정부장겸 부국장

가수 송대관과 후배 김연자의 인사를 받지 않은 게 발단이 됐다는 다툼에 요즘 연예계가 시끌시끌 하다. 트롯트계의 두 간판가수들이 2~3년째 신경전을 하다 최근 폭언과 협박, 병원 입원, 기자회견으로 치달았다. 둘 사이에는 공연 약속을 깨던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고개를 숙이는 일과 '이권'이 어떤 함수 관계인지 보여준 사건들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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