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사람을 알려면 그가 사귀는 친구(親舊)를 보라고 한다. 친구에게는 나 아닌 내가 있으므로 다른 사람이 나를 대하는 것과 같기에 진정한 친구라면 내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있고, 고락을 함께하며 서로를 위해 헌신 봉사할 수 있으며, 극한상황에서는 가장 소중한 목숨까지도 기꺼이 바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리라.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홀어머니를 보고 싶어 하는 사형수 친구 대신 교수대에 올라서는 문경지교(刎頸之交), 추사와 초의선사처럼 그림자같이 가까운 교칠교분(膠漆交分), 코흘리개부터 정이 다져진 죽마고우와 세상살이에서 믿음이 두터워진 막역지우, 수어지친과 간담상조 등에는 나 아닌 또 다른 내가 살아있는 생명 줄이 되고 있으니 온갖 술수로 이를 떼놓으려 애를 써도 실금도 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며 따르고 싶어 하는 오성과 한음의 의리교분이 그랬고,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서로 도와주며 은혜를 갚는 아름다운 우정의 윈스턴 처칠과 알렉산더 플레밍도 그랬다. 이런 친구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우리 주변엔 친구라는 이름으로 다가와 가상의 우정 두께를 내세워 입장 곤란한 일을 부탁하는 만인의 친구, 고난과 불행할 땐 외면하다 자기가 필요할 땐 찾아와 자기 몫만 챙겨가는 생계형 친구, 부자유친(富者有親)형에 권력친화형 친구, 그리고 토사구팽 하는 철면피한 친구들은 살맛나는 정의(情誼)론 세상을 몰인정으로 오염시키면서도 눈곱만큼의 부끄럼조차 없다. 이들에게는 필요 이상의, 다다익선의, 스침의, 접속오류까지도 친구가 되어 자기 목적달성의 도구요 수단이자 들러리로 사람이 아닌 사물로 취급된다. 이름도 모르는 초청장과 청첩장이 그렇고, 연결고리 만들어 무시로 찾아오는 세일즈맨도 그렇다. 그래서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말라고 했나보다.

일방적 일회용 친구로 피해를 입는 이들이 연일 속출하니 누구와 말 섞기를 꺼려하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니 호의적인 지원도 거부하며, 정작 친구가 필요한 곳엔 눈길도 피해가니 각박하게 메마른 세상을 원망하며 자살해법을 선택하는 데엔 주저함도 없다. 문명과 문화의 오류가 빚어낸 부산물이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면서도 더불어 사는 좋은 인간관계가 최상의 처세술이라고 하니 '친구'란 말만 들어도 가슴 따뜻해지던 것이 이젠 친구라는 구실로 접근하는 이를 경원시하는 바람이 인다. 큰일을 치르려면 주변에 사람이 많아야 된다는데, 사람 같지 않은 이들만 소죽은 데 개 끓듯이 염불보다 잿밥이니 일을 그르칠 수밖에. 친구다운 친구가 없음이다. 이에 식상한 이들의 미로탐색에서 불필요한 가지치기로 인간관계를 다이어트 하는 바람이 일고 있다. 그래야 남의 정신에 놀아나지 않고 자신의 삶에 충실할 수 있다고 한다. 유유상종이 물이선택(物以選擇)으로 바뀌면서 이해관계로 얽힌 말만의 친구보다 마음과 가슴으로 한 올 한 올 엮는 그런 친구다운 친구 사귀길 소망한다.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만 리 길 나서는 길에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그 사람을 ...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 사람은 살려 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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