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초평저수지 가뭄 사진 / 중부매일 DB

조지밀러 감독의 액션 어드벤처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물은 '권력'이다. 핵전쟁으로 세계가 종말을 맞이한 21세기를 배경으로 독재자와 그에 맞서는 여전사의 사투(死鬪)를 그린 이 영화에서 물은 가장 소중한 자원이다. 곤충조차도 살기 힘든 척박한 지구에서 얼마 남지않은 인류에게 '물'은 생명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SF영화 '인터스텔라'에서도 극심한 가뭄으로 황폐해진 미래가 나온다. 주인공 쿠피는 오랜 가뭄으로 옥수수 조차 자라지 않는 '죽음의 땅'이 된 지구를 떠나 인류를 먹여 살릴 방법을 찾아 우주로 나간다.

기후변화로 인류의 미래는 어둡다. 가뭄은 우리나라 역사책에도 종종 등장하지만 산업화시대이후 가뭄은 심해졌다. 이 때문에 지구의 사막화현상이 심상치 않다. 비의 양은 점점 감소하고 장기간에 걸친 건조화, 벌채, 지하수고갈등으로 쓸모없는 땅은 늘어나고 있다. 유엔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주변은 연평균 10만㎡속도로 사막이 늘어나고 있으며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600만㎢의 광대한 토지가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3년전 내놓은 보고서에서 "지금 처럼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미국 남서부와 중부 대평원 지대에 2050년쯤 부터 35년 이상 지속되는 대가뭄이 닥칠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화와 첨단기술의 발달로 인류의 생활수준은 높아졌지만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인류의 생산 활동은 지구를 계속 뜨겁게 만들고 있다. 강수량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기온이 올라가면서 흙속의 수분마저 대기중으로 증발해 토양이 마르는 수퍼가뭄이 온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불안한 미래다.

막연한 전망이 아니다. 영화 '빅쇼트'에서는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로 수많은 서민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글로벌투자은행등이 문을 닫는 와중에도 파생상품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번 통찰력 있는 투자자가 등장한다. 그가 다음 투자대상 리스트 첫 번째로 올린 것 '물'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의 주인공 '마이클 베리'는 헤지펀드를 청산한 뒤 개인투자가로 나서면서 자신이 번 돈을 '물 산업'에 투자한다. 물이 고갈될수록 돈이 되기 때문이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요즘 중부권 가뭄이 무섭다. 비 구경하기 힘들어지면서 올 들어 강수량은 평년대비 54%에 불과하다. 경기·충남 일부지역은 저수지 바닥이 거북이등처럼 갈라지고 '물꼬싸움'으로 이웃 간의 정(情)도 금이 가고 있다고 한다. 관정이 바닥을 드러내고 먹는 물이 턱없이 모자라 공무원들까지 나서서 매일 물을 공급하는 마을도 늘어나고 있다. 현대인들은 며칠간 단수에도 엄청난 고통을 느낀다.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아파트도 물이 나오지 않으면 단 하루도 견딜 수 없어 짐 싸들고 집을 나와야 한다. '고기는 물의 마음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들은 흔하다고 생각했던 물의 고마움을 얼마나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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