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최익성 플랜비디자인대표·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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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필두로 많은 기업들이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저성장 시대, 소위 '뉴노멀(New Normal)'은 이제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한국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된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사회적 의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조직문화를 엿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가 회의이다. 회의는 조직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그러나 이 도구가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한국기업에서는 회의를 '단합'으로 생각하거나 '일단 얼굴 보고 얘기하자'는 식으로 의사결정의 안건이나 회의의 목적과 Agenda가 명확히 정의, 공유되지 않은 채로 회의를 소집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리더들이 실무를 잘 알지 못해서 직원들이 회의에 동석하거나, 회의 준비를 위해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경우, 서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회의 참석자를 소집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또한, 막상 회의가 진행되어도 회의 참석자 중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없어 결론이 나지 않는 경우, 그리고 리더들이 일방적인 주장만 나열해 쌍방향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서로 눈치를 보거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의견을 얘기하지 않는 회의가 지속되는 경우 등 회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결론 없는 회의가 반복되는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피터드러커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회의는 회의가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회의가 될 수 있을까? 드러커의 말씀을 중심으로 정리해보자. 먼저 회의는 충분한 준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회의 준비는 그 회의의 목적과 기대하는 결과를 주최자에게 확인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회의의 목적이 무엇인지, 어떤 결과를 원하는지, 참가자는 누구이며, 회의에서 나온 결과물은 무엇인지를 문서든 어떤 형식으로든 주최자에게 확인해 두어야 한다.

더불어 회의시간을 충실하게 꾸리는 것도 중요하다. 드러커는 자기경영노트에서 회의 진행의 다섯 가지 핵심 포인트를 서술했다. 첫째, 중요한 발언을 할 만한 사람에게 사회를 맡기지는 않는다. 둘째, 회의 초반에 그 회의의 '목적'과 '달성해야 할 공헌'을 명확히 밝힌다. 셋째, 참가자 모두가 논의에 참여하도록 한다. 넷째, 회의가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상호 자제하도록 한다. 다섯째, 회의를 마칠 때는 '목적 및 공헌'과 결론(결정 사항이나 과제 등)을 연관 지어 정리한 다음, 전원의 동의를 얻어 마무리한다.

드러커가 얘기하는 핵심 포인트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그런 뻔한 거 말고 특별한 것이 없냐고 반문한다. 그러면 필자는 '정말 이게 원론적인 것인가요? 기본적인 것인가요?'라고 물어봅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간다. '우리는 그 뻔한 것을 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것인데 왜 안 될까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돌아오는 답변은 그러니까 전문가를 모시고 얘기를 듣고 싶었다는 뻔 한 얘기이다.

급변하는 현대사회 한 사람의 힘만으로 조직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직급의 높고 낮음이나 경험의 많고 적음이 아닌 다양한 관점이 필요한 시기이다. 다양한 생각이 자유롭게 개진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인 비단 회의장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소지의 것이 아니다. 선행해서 해야 할 일은 발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는 참가자 모두의 몫이겠지만, 특히 중요한 사람은 리더이다.

최익성 플랜비디자인대표·경영학 박사

상위 리더, 경영층, 중역임원들의 변화 의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자신의 생각을 편안하게 제안할 수 없다. 회의를 좀 더 회의답게 만들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회의장 안팎 어디에서도 용기를 내지 않고도 자신의 견해나 주장을 얘기할 수 있고 이를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수평적 조직문화의 시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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