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사진은 서울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 / 뉴시스

자살이 만연한 사회. 지금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8.7명으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18.7명으로 2위인 일본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은 2003년 이후 한번도 OECD 1위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난 적 없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남은 사람들의 고통도 만만치 않다. 인간은 고통을 회피하거나 극복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만 충동적인 경우도 많다. 그 순간을 넘기면 평상심을 찾을 수도 있지만 죽음이 쉽게 이루어지는 곳이라면 얘기는 다르다.

모든 자살에는 번거로운 준비가 필요하지만 다리에서 투신은 비교적 쉽게 이뤄진다. 이 때문에 서울의 마포대교와 한강대교엔 자실빈도가 높다. 최근 소중한 생명을 잃은 청주 문의대교도 주목받고 있다. 1980년 대청호와 함께 준공돼 37년 세월동안 무려 40여명이 이곳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잃었다. 3년 전에는 한해 무려 4명이 투신했다. 이 때문에 쉽게 투신하지 않도록 안전시설을 보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하지만 충북도는 노후된 교량에 추가시설을 보강하면 교량 하중이 낮아진다며 또 다른 안전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당초 교량등급 2등교로 총중량 32.4톤 규모로 설계됐으나, 지난 16일 정밀점검을 실시한 결과 'C급'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충북도가 정작 걱정하는 것은 교량의 하중이 아니라 경관문제 인 것으로 보인다. 교량 하중에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난간에 올라가 뛰어내리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있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문의대교가 청남대와 연계한 대청호 관광도로에 설치돼 '자살 방지용' 시설을 추가하면 '경관 훼손'이라는 문제점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해 2015년에도 시설보강 방안이 대두됐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경관훼손을 '생명'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충북도의 발상은 이해하기 힘들다.

충북도가 생명의 가치를 귀하게 여겼다면 진작에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을 것이다. 마포대교와 한강대교는 안전시설뿐만 아니라 '생명의 다리' 스토리 텔링 조형물로 자살빈도를 줄이고 있다. '그대, 위기가 깊을수록 반전은 짜릿하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 내 인생의 반전 드라마는 끝내 완성되어야 한다', '사람들의 시선 그리 중요한가요, 망쳐가는 것들 내 잘못 같나요, 그렇지 않아요' 같은 사회저명인사들의 '희망의 메시지'와 조명이 자동센서 기능에 따라 보행자에게 반응하며 친근하게 말을 거는 형식으로 제작됐다. 뿐만 아니라 절망에서 벗어나 삶의 의욕을 북돋을 수 있는 감성적인 형태의 벤치도 설치해 많은 사람들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했다.

물론 자살빈도가 높은 다리에 희망의 메시지와 조형물을 설치한다고 자살율이 감소한다는 보장은 없다. 자살은 벼랑 끝에서 이루어지는 외로운 죽음이지만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악습과 자본주의가 안고있는 구조적인 모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북도의 인식이 달라지면 단 한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다. 충북도는 문의대교를 어떻게 생명의 다리로 바꿀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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