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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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더하기와 빼기의 조합이다. 무엇을 더하고 빼며 살아야 되는지 묻고 답하는 것이 인생이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빼기보다 더하기에 매력을 느끼고 관심을 두며 산다. 삶의 본질을 찾는 빼기보다는 보태고 더하는데 일상이 분주하다. 성공한 삶은 더하기라는 듯 물욕을 더하고 권력욕을 더하고 체면치레를 더한다. 우리들의 소유 관념이 때로는 우리들의 눈을 멀게 한다. 그래서 자기의 분수까지도 돌볼 새 없이 들뜬다.

인생의 멋과 격조는 더하기보다 빼기 관점으로 완성된다. 명품은 자질구레하고 번잡스러움을 걷어내고 빼고 또 빼는 과정에서 남게 된 걸작이다. 명품의 가치는 디자인에서 풍기는 단순함과 겉치레에 치중하지 않고 만들어진 기능의 충실함에서 빛난다. 물건을 보면 모조품이고 가짜일수록 치장이 자꾸 더해져 조잡스럽다. 사람도 본질에서 멀어져 있는 삶일수록 겉을 치장하느라 바쁘다.

직장에서 직위에 충실한 사람은 담백하고 명쾌한 반면, 직분을 망각한 사람일수록 직위에 치장을 더하느라 바쁘다. 권위에 거만(倨慢)을 더하느라 의전(儀典)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고, '나만 옳다'는 자만(自慢)이 더해져 회의시간은 함께 협의하는 시간이 아니라 훈계하고 지시하는 시간이 된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교만(驕慢)이 더해져 하나부터 열까지 간섭하고 결정권을 독점한다. 권력을 남용하는 오만(傲慢)이 더해져 자신의 말 한마디로 사람들을 좌지우지하고 쥐락펴락 하려 든다.

법정 스님은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소유사(所有史)처럼 느껴진다. 보다 많은 자기네 몫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소유욕에는 한정도 없고 휴일도 없다. 그저 하나라도 더 많이 갖고자 하는 일념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물건만으로는 성에 차질 않아 사람까지 소유하려 든다. 그 사람이 제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는 끔찍한 비극도 불사하면서. 제 정신도 갖지 못한 처지에 남을 가지려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나이보다 젊게 산다는 것은 '빼기'의 관점으로 사는 일상에서 나온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덕지덕지 붙는 '더하기'의 유혹을 얼마나 잘 뿌리치느냐가 젊게 사는 비결이다. 어른대접 받고 싶은 마음을 빼고, 가르치려는 마음을 빼고, 휘두르려는 마음을 빼고, 체면을 세우고 싶은 마음을 뺄 때 비로소 삶의 본질이 보인다.

이종완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나태주 시인은 "돈 가지고 잘 살기는 틀렸다. 명예나 권력, 미모 가지고도 이제는 틀렸다. 세상에는 돈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고 명예나 권력, 미모가 다락같이 높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요는 시간이다. 누구나 공평하게 허락된 시간. 그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써먹느냐가 열쇠다. 그리고 선택이다. 내 좋은 일, 내 기쁜 일, 내가 하고 싶은 일 고르고 골라 하루나 한 시간, 순간순간을 살아보라. 어느새 나는 빛나는 사람이 되고 기쁜 사람이 되고 스스로 아름다운 사람이 될 것이다. 틀린 것은 처음부터 틀린 일이 아니었다. 틀린 것이 옳은 것이었고 좋은 것이었다."고 말한다. 살면서 표면을 넘어 핵심을 직시하고, 껍데기를 꿰뚫고 알맹이를 얻는 일, 현상에 속박되지 않고 본질로 돌아가는 일상이 빼기의 삶이다. 외면에 휘둘리는 마음을 걷어내고 내면에 충실한 일상이 빼기의 인생이다. 물욕, 권력욕, 체면치레를 더하느라 정작 더하여야 할 사랑하고 배려하는 좋은 일, 기쁜 일, 아름다운 일을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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