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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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지방의회가 재출범하고 1995년 동시 지방선거로 우리나라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지 20여 년이 지났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도적 한계로 인해 지방자치는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중앙정부에 예속되는 결과를 낳았다. 원인은 재정 측면에서 비롯됐다. 국세와 지방세의 8대2 비율이 고착화되면서 '2할 자치'가 숙명처럼 받아들여졌다.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는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인건비 충당도 안 되는 지자체가 속출했다. 결국 지역발전을 위한 재원은 중앙정부를 통해 마련해야 했다. 중앙의 정치 논리와 획일화된 척도가 지역 사업들의 순위를 정하고 재원을 배분했다. 지역 간 불균등 문제가 끊임없이 노정되어 왔던 이유다.

지역 문제를 지역이 결정하고 책임지는 진정한 지방자치에 대한 열망이 높아졌다. 이러한 토양 속에서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은 두 개의 축으로 요약된다. 정치·행정 분야와 관련해서 지방분권 및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복원으로 지역의 자율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경제·산업 분야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면서 지역 사회 전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이처럼 급격한 정책 및 경제·사회 변화에 대한 지역의 수용태세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구상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J노믹스'라 명명된 그 기조는 소득주도 성장론이다. 과거 정부의 경제철학은 이와 전혀 다른 수출주도 성장론이었다. '선성장 후분배'의 불균형성장 정책을 채택하고 수출·대기업 성장에 의한 낙수 효과(trickle down effect)를 기대했다. 최근 들어 낙수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부각됐다. 신자유주의의 대표 기관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면에 나섰다. 이를 배경으로 소득주도 성장론이 부상했다. '선분배 후성장' 정책을 포용했다. 내수·중소기업 위주의 분수 효과(fountain effect)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 정부의 정책 변화는 예측하는 것보다 광폭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서는 자율과 권한이 확대되면서 허울뿐인 자치의 멍에를 벗어버릴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지역사회 전방위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지금이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의 끝이 아니라 지역발전 경로가 극명히 갈리는 대분기점(great divergence)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산업연구원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역발전 정도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활용되는 지역발전지수의 가중변동계수가 1996년부터 시기별로 파동을 그리지만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러나 2011년부터 현재까지는 증가세를 보이면서 지역 간 발전 격차에 대한 우려가 움트고 있다. 주요인으로는 지역의 혁신역량을 필두로 산업발전, 소득수준이 꼽혔다.

한편 지역혁신지수는 대전, 경기, 서울 등 상위 3개 시·도만 전국평균을 상회하고 나머지 13개 시·도는 하회하면서 상·하위 시·도 간 큰 편차를 나타냈다. 혁신역량을 뒷받침하는 지역창조잠재력지수도 서울이 모든 부분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면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충북을 포함한 중상위권조차 서울과 비교할 때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이것이 각 지역 펀더멘털의 실상이다. 저성장 체제에 돌입하면서 양호한 혁신역량을 갖춘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간 발전 격차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지자체 간 치열한 경쟁도 양극화를 유발할 수 있다. 이제는 지방분권에 의한 자율성 제고와 함께 지역이 홀로 생존해야 하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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