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충청권이 최악의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요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낸 채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면서 용수가 논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농작물이 고사(枯死)하는등 농작물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올 들어 전국에 내린 비는 189.1㎜로 1973년 이후 같은 기간 누적 강수량을 기준으로 가장 적은 양이며 평년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농업용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42%로 평년(59%)을 크게 밑돌고, 보령댐은 총 저수량의 10%도 채우지 못할 만큼 물부족 현상이 농민들을 고통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청주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일부 시민들은 기우제를 지내며 가뭄해갈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일부 지방의원들은 관광성 해외연수를 떠나고 있다. 해당 지방의회는 오래전 일정이 확정돼 변경이 어렵다는 변명을 하고 있지만 하필 지역주민들이 물부족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상황에서 지방의원들이 지자체 예산을 지원받아 해외연수를 떠난 것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만만치 않다.

최근 해외연수를 떠나는 지방의회는 충북도의회, 청주시의회, 영동군의회, 단양군의회등 네곳으로 연수보다는 관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충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 소속 도의원 4명은 가뭄이 절정이던 지난 23일 유럽 연수에 나섰다. 11일간 이뤄지는 이번 연수는 프랑스 신재생 에너지와 곤충산업 현장, 스위스 치즈 공장, 이탈리아 와이너리 등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영동군의회 의원 7명과 의회사무과 직원 4명도 인도의 농업정책과 농업용수 공급시스템 등을 둘러본다는 명목으로 5박7일 일정으로 지난 24일 출국했다. 이들의 방문지역은 델리·자이푸르·아그라 등 인도의 대표적 관광도시다. 이들 지방의원들이 외국에 가있는 동안 학산면 하시마을등은 식수가 부족해 공무원들이 배달하는 물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청주시의회 재정경제위원회는 다음 달 5∼13일 보스니아·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오스트리아를 잇는 발칸 4국 연수에 나선다. 이들은 동유럽의 행정제도를 살피고, 전통시장과 골목시장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다는 연수 목적과 달리 대부분 관광지를 돌아보는 일정이다. 이에 앞서 단양군의회는 지난 7∼13일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연수한 바 있다.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는 견문을 넓힌다는 점에서 권장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시기와 일정이 문제다.

시민단체에선 "최악의 가뭄으로 군민 전체가 힘들어하는데, 민의를 추슬러야 할 군의원들이 외유성 해외연수에 나선 것은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충북도는 마른 장마에 대비해 가뭄 '위기'단계를 '심각'으로 격상시켰다. 가뭄피해가 심상치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민의를 대변하고 주민고충을 해소해야할 지방의원들이 논밭 뿐만 아니라 농심(農心)까지 타들어가는 시기에 해외연수는 적절치 못하다.

지방선거때는 주민 고통에 동참하고 지역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하던 지방의원들이 정작 주민들이 위기에 빠졌을때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늘 이런식이다보니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을 못 듣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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