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실을 방문한 최종진(오른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수석부위원장과 조합원들이 박준성(왼쪽)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에게 최저임금 1만원 서명서를 전달하고 있다. 2015.06.25. / 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노사 간 협상이 올해도 이견을 보이며 법정 심의기한 내에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 와중에 중소상공인들과 영세자영업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급 1만원이 현실화되면 간판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 인상의 취지는 좋다. 임금생활자의 소득을 증가시키고, 임금생활자의 노동력 착취를 방지하며, 소득재분배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나서서 최저임금을 올릴 수 있도록 한다는데 마다할 근로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작용을 감안해야 한다. 시급 1만원이 인상될 경우 최저소득이 줄어드는 영세사업자도 가파르게 늘어날 수 있다. 또 시급을 업종에 따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이 때문에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확정하기 위한 노사 간 협상은 여섯차례의 회의에도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는 올해 수준 대비 54.6% 인상한 '1만원'을, 사용자 측은 이에 맞서 2.4% 오른 '6천625원'을 제시했다. 사용자측은 PC방, 편의점, 슈퍼마켓, 주유소, 이·미용업, 일반음식점, 택시업, 경비업 등 8개 업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노동계는 반대 의사를 고수했다.

노동계의 논리도 공감은 간다. 1인 가구 남성노동자의 표준 생계비는 월 219만원이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이 1만원은 돼야 주 40시간 근로 기준으로 월 소득이 209만원이 돼 기본 생계가 겨우 보장된다. 자식들의 교육과 최소한의 문화 수준을 누릴 수 있는 '생활임금' 수준에는 부족해도 자신의 노동능력을 보존하고 가족을 부양함으로써 노동력을 재생산할 수 있는 수준의 '생존임금'은 돼야 한다.

하지만 최저임금제는 비숙련 노동시장이나 노조를 가지지 않은 기업에 적용된다. 노조가 없는 기업은 규모가 영세해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생산비가 상승하여 생산된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거나 근로자를 줄여야 한다. 물가도 상승할 수 있고 특히 비숙련 노동시장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이를테면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주부, 외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베이비붐세대가 본격적으로 퇴직하면서 몇년새 자영업 창업시장에 5060세대가 대거 뛰어들었지만 대부분 가족들의 인건비 정도를 벌고 있다. 당연히 '시급 1만원'이 가져올 파장이 만만치 않다. 빚까지 내 창업자금을 투입하고도 종업원보다 소득이 감소하면 폐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도 늘어날 것이다.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은 조만간 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해 갑작스레 50% 이상을 올리면 우리사회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지난해 노사협상에선 올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7.3% 오른 6천470원으로 결정한바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간 무작정 대립각만 세울 것이 아니라 마음을 터놓고 논의해 현실적인 인상안을 제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미흡한 사회안전망, 임금격차의 확대,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에서 시장경제체제 유지를 위해 지불해야 할 최소한의 비용이지만 과도한 인상은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유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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