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뉴시스

외환위기의 깊은 수렁에서 간신히 벗어난 1999년 4월 이익치 전현대증권 사장은 강당을 가득 메운 투자자들에게 열변을 토했다. "한국경제를 살리면서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은 '바이코리아펀드' 투자"라며 "2005년엔 지수가 6000까지 오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펀드는 출시 3개월 만에 12조원을 끌어 담을 만큼 광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시작은 창대했으나 결과는 미약했다. IT거품이 꺼지면서 수익률은 마이너스 77%까지 추락했으며 '개미'라고 불리는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공룡펀드'의 몰락으로 국내 증권시장은 한동안 휘청거렸다.

하지만 그 후 18년만인 올해 외국인투자자들이 '바이코리아'행렬에 나서면서 코스피가 사상처음으로 2400을 돌파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올 상반기에 10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쇼핑백에 담았다. 이들이 한국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6.8%에 달한다.

올 들어 증시에 커다란 파도가 밀려오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지수 3000 돌파를 장담하는 전문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세상승기에 방향을 잘 잡으면 10년 만에 한번 오는 대운(大運)을 잡을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무서운 쓰나미에 휩쓸려 갈 수도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그토록 고대하던 활황기가 오기는 했지만 모두가 흥분할 때 함정이 숨어있다. 이럴 때 일수록 리스크관리가 최우선이다.

증시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본 아이작 뉴톤은 "전체의 운동은 계산할 수 있어도 사람의 광기를 계산할 수 없다"며 한탄했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초저금리에 저축의 시대는 저물고 투자의 시대가 왔다는 점이다. 주식 없는 노후대비는 생각하기 힘든 세상이다. 다만 주식으로 수익을 올리려면 공부하고 인내해야 한다.

주식은 오르는 기간보다 하락하는 기간이 훨씬 더 길다고 한다. 주식투자 수익의 90%가 전체투자기간의 2%에 발생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래서 투자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말이 있다.

외국인들이 올 들어 한국증시를 선호하는 것은 달러약세로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경상수지, 무역수지, 기업실적등 3박자를 고루 갖춰 신흥국중 가장 믿을 만한 투자처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외국인의 선택은 수익률로 돌아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의 투자주체별 수익률을 보면 지난해 '개미'들이 -26.15%를 기록할 때 외국인들은 16%를 벌었다. 올해도 개미들은 3% 수익률에 불과하지만 외국인들은 20%에 육박한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외국인과 기관만 달콤한 과실을 따먹는 증시라면 지수상승의 의미는 반감된다. 투자수익은 고통에 대한 대가라는 말이 있다. '개미'들도 '바이코리아'로 실속을 차리려면 증시를 보는 혜안과 인내가 더욱 필요한 시기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