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며칠전 지인이 오랫동안 허리가 아파 고생을 하다가 척추수술을 하게 되었다. 또 사랑하는 후배가 뜻하지 않는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이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그리 밝지 못하다. 그동안 불편한 몸을 가지고 생활하느라 얼마나 힘들고 아팠을까. 또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로 얼마나 놀랐을까 하는 생각이 나의 가슴을 저리어 오게 한다. 그래서 잘 아는 화원에 부탁해 예쁜 꽃을 보냈다. 그런데 화원의 사장님께서 "아이구 선생님, 지난번에는 어느 회장님 축하 취임 꽃을 보내드리고 또 얼마 전에는 개업하는 분에게 축하의 꽃을 보내드리더니 이번에는 병문환차 위로의 꽃을 보내드리니 여전하시네요"하며 걱정반 축복반이 담겨있는 말씀을 하신다.

어쩌면 주는 것은 행복과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행복한 사람은 남을 위해 주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주는 것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주는 것에는 어떤 마법 같은 힘이 숨겨 있어서 행복해 지는 것일까? 어느 책에서 읽었던 글이 새삼 뇌리를 스친다. 첫째,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심한 고통을 느끼지만 어느 시점을 지나면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러너스 하이(Runner's Higb') 라고 하는 데 이것은 뇌에서 기분 좋은 물질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누군가를 도울 때도 이런 기분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이를 헬퍼스 하이 (Helper's Higb') 라고 한다.

둘째, 누군가에게 베풀면 스스로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이 실험을 위해 사람들에게 5달러짜리 지폐 한 장씩 주었다. 심리학자들은 절반의 사람들에게는 이 돈을 전부 자기 자신을 위해 쓰라고 말했고 나머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 돈을 전부 다른 사람을 위해 쓰라고 말했다. 돈을 다 쓰고 실험실에 돌아온 후에 행복해한 사람은 남을 위해 돈을 쓴 사람이었다. 심리학자는 "가끔 사람들은 날 위해 물건을 사는 것이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거야 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순간의 행복을 만들어 주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런 행복은 매우 짧고 남을 위해 주었을 때 느끼는 행복은 오래갑니다"라고 말했다.

이성범 수필가

1970년 베트남 전쟁때 일이다. 미국 선교사들이 운영하던 고아원에 폭탄이 떨어졌다. 한 소녀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생명이 위독했다. 수혈을 위해 소녀와 혈액형이 같은 사람을 고아원측에서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사람이 없었다. 할 수없이 고아원 아이들을 모아 놓고 미국인 의사가 서툰 베트남 어로 피를 줄 아이를 찾았다. 잠시 후 한 소년이 손을 들었다. 다행히도 혈액형이 일치했다. 소년과 소녀를 나란히 눕히고 소년의 팔뚝에 주사바늘을 꽂자 소년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의사가 왜 우느냐고 물었지만 소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소년은 자신의 피 전부를 그 소녀에게 주는 줄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죽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감동한 선교사가 그 소년에게 물었다. "죽을 줄 알면서 왜 손을 들었니?" 소년이 소녀를 돌아보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얘는 내 친구니까요". 행복은 나눔에 있다. "주는 것은 받는 것보다 행복하고, 사랑하는 것은 사랑받는 것보다 아름다우며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는 헤르만 헤세이의 말이 지금도 가슴을 저미어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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