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6, 4, 3, 1 이것이 무슨 숫자인지 아시는 분?. 또 질문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자영업자는 어느 업종에 있을까? 우스갯소리기는 하지만 전국에 가장 많은 자영업자를 가진 업종은 교회라고 한다. 그 수가 6만개라고 하니, 약 6백만명 정도의 신도를 고려하면, 신도 100명당 1개 교회가 있다. 4는 예상하다시피 전국의 치킨점 숫자인 4만이다. 3은 편의점 수인 3만, 1은 주유소 수인 1만2천을 나타내는 숫자다.

자영업자들이 많다는 게 그냥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자영업자들이 오래 버티지 못한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가 된다.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10년간 창업한 업체 6개 중 1개 정도만이 살아남은 셈으로 단순 계산하면 자영업 생존율은 16.4%라고 한다. 게다가 최근 보도에 따르면, 유명 피자집을 차리는데 거의 5억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12평 피자집에서 월 1700만원 벌어도 망하더라" 라는 얘기도 유명하다. 그리고 폐업을 하고보니 자영업 10년에 건물주만 배불렸다는 자조적인 말도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보면, 50대가 퇴직금을 다 모으고 낼 수 있는 빚을 다 내서 자영업을 시작하더라도, 그 중 1/6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거의 빚쟁이가 된다는 얘기다. '하우스 푸어'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고, '워킹 푸어'라는 말도 익숙한 시대다. 하지만 다소 생소한 '자영업 푸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하우스 푸어에 비해서 자영업 푸어는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개인적, 사회적, 경제적 어떤 측면에서도 자영업 푸어는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가계와 가정이 파탄이 나고 사회에는 실업상태의 고연령층이 넘쳐 나고, 경제적으로는 국내의 은행 등 금융시스템과 내수 경기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이 문제의 파장은 돌고 돌아 사회 전체를 다 멍들게 한다.

또 예전에는 한번 실패하더라도 재기하는 자영업자들도 꽤 많았다. 그리고 재능만 있으면 재기가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시대는 갔으며, 한 번의 실패는 영원한 실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현실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개인적으로는 다 사정이 있겠지만 덜 준비되거나 무분별한 창업을 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개인적 문제로 다 돌릴 수는 없다. 새로 출범한 정부가 핵심 공약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문제를 잡았다는 것이 이 문제가 단지 개인의 문제로 취급하기에는 너무도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인 합의와 정책적인 노력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자영업자들의 가장 큰 부담인 상가 임대료에 대한 적정 수준의 합의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약자 보호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 동안은 망해서 나가는 세입자의 다음 사람이 와서 계약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그 유명한 홍대 주변 상가도 상가 임대료가 고공행진하면서 기존 상권이 망가지고 있다. 문재인대통령의 공약에 과도한 임대료 상승 방지를 담고 있는 것도 이 문제가 이제 제도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정책적으로는 퇴직자들이 자영업으로 유입되는 비율을 낮추는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일례로, 호주는 고용지원기능과 창업지원기능을 통합적으로 운영하여 퇴직자나 실직자가 방문하면, 실직자가 창업을 원해도 종합적인 점검을 통해, 창업에 적합하지 않다면 재취업을 안내하고 지원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자영업자들이 고비용 구조에 시달리지 않도록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창업시 선택하는 프랜차이즈 회사의 횡포 등을 막기 위한 관련 법도 재정비해야 한다. 특히 내수 경기를 살리는 경제정책의 변화만이 이러한 자영업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임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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