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충북을 대표하는 송찬호 시인이 동시집을 발간했다. 제목은 '초록 토끼를 만났다'.

어른의 눈으로 동시를 쓴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인데 송 시인은 그의 고향 보은에서 생활하며 이번 동시집에 일상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것 같다. 갈평저수지, 임한리 들판, 딴통메 등 보은의 곳곳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송 시인은 지난해 봄 병아리 열마리를 얻어다 길렀는데 그중 암컷이 낳은 알 중에 5마리가 부화해 어미를 졸졸 따라다니며 열심히 잘 자라고 있다고 전했다.

"문득 내 동시가 봄날의 노란 병아리를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호기심 많은 까만 눈동자와 작고 뾰족한 부리를 가진 병아리들처럼, 이 세상의 궁금한 것을 콕콕 집어 동시로 옮겨 쓸 수 있다면요."

총 4부로 구성된 동시집은 총 46편의 동시가 실렸다. 동시와 함께 그림이 곁들여졌는데 2015년 볼로냐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된 안경미씨가 그렸다.

송찬호 시인

송 시인은 "두번째 동시집을 내게 돼 기쁘다"며 "이 책을 만들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문학동네 어린이 편집부 사람들과 삽화를 그려준 안경미씨와 반딧불이, 초록 토끼, 거미줄, 소금쟁이까지도.

송 시인은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 6호에 작품을 발표하며 시단에 나왔다. 2000년 김수영문학상과 동서문학상, 2008년 미당문학상, 2009년 대산문학상, 2010년 이상시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그동안 '10년 동안의 빈 의자', '붉은 눈, 동백',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분홍 나막신'과 동시집 '저녁별' 등을 발간했다.


초록 토끼를 만났다 / 송찬호

초록 토끼를 만났다
거짓말 아니다
너한테만 얘기하는 건데
전에 난 초록 호랑이도 만난 적 있다니까

난 늘 이상하고
신기한 세상을 기다렸어

'초록 토끼를 만났다'고
또박또박 써 본다

내 비밀을 기억해 둬야 하니까
그게 나에게 힘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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