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중부매일의 너른 아량으로 매달 기고가 실리면서 SNS나 SMS로 후기를 보내주시는 분도 있고 글을 읽고 필자의 근황을 알게 되는 분들도 많아 놀란 적도 여러번 있다. 더 놀라운 건, 그동안 게재한 글 덕분에 다른 지역에서도 의뢰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최근에 게재된 4차 산업혁명과 사회복지에 대한 기고를 접한 부산복지개발원의 의뢰로 이와 관련한 더 깊이있는 글을 쓰기도 했다. 공개가 되었지만 일부러 찾아보시진 않을테니 혹시라도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내용을 일부 소개하고자 한다. 오늘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과 사회적 위험'에 대한 것이다.

지난 2016년 6월 5일 스위스는 월 2,500프랑(약 300만 원)의 기본소득을 도입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했지만 23% 찬성에 그쳐 부결되었다. 기본소득제도가 사회적,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게 된 가장 가까운 원인은 노동시장의 변화에 따른 기존 사회보장 제도의 실패와 그에 따른 빈곤과 불평등이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새롭게 등장하는 수많은 사회적 위험은 지능정보기술의 활용으로 인한 사회적 가치 변화를 가져오게 되므로 '기본소득'과 같은 새로운 사회안전망을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현수·오미애는 '상상이 현실이 되는 사회적 위험(Imaginary Social Risk)'을 7가지로 제시한다. 우선, 평균수명과 건강 수명의 연장에 따른 근로 가능 연령이 획기적으로 증가하고, 둘째, 인공지능으로 인한 노동시장 영역별 일자리 양극화가 예상되며, 셋째, 일자리 양극화 등으로 인한 소득 창출 기회가 제한되어 개인별 소득과 부의 양극화가 발생할 것이다. 넷째, 시·공간적으로 유연한 근로 형태가 증하가고 일?가족 양립 환경이 변화할 것이며, 다섯째, 다양한 정보와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한 비정형 일자리와 1인 기업 증가로 인한 노사 관계가 변화할 것이다. 여섯째, 소유 경제에서 공유 경제로의 전환에 따른 자본주의 생산?분배?소비체계의 변화, 마지막으로 인간과 로봇이 함께 생활하는 사회, 현실과 가상이 혼재된 가상현실(VR) 사회의 윤리적 문제 등이 사회적 위험의 내용이다.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시대에 예상되는 이러한 사회적 위험은 위기이면서 동시에 우리들이 살고자 하는 사회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사회정책으로서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모든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직업과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정부가 제공하는 형태의 보편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2015년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4.2%를 차지하고 소득 상위 10%가 48.5%의 부를 장악한 대한민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할수록 한층 더 가혹한 소득 격차에 직면할 것이다. 디지털 경제시대에 안락한 생활을 누리는 사람은 소수이며 다수의 사람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생계 수단을 찾아야 할 것이다. 불확실하고 새로운 세상의 길 한가운데에 놓인 사람들에게 지금의 시장원리에 따른 기회나 의존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연금이나 실업급여와 같은 사회적 급여는 정규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한 표준적 고용관계시대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새로운 경제에 편입된 사람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그러므로 사회정책도 진화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위험 요인으로 사회 불평등이 악화되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더 나쁜 상황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면 지금이라도 필요한 정책적 사안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불평등을 감소시키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 이것이 사회복지 정책과 실천에 주어진 중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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