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지난 15일 오후 3시 20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면사무소 인근 편도 1차선 도로를 건너다 시내버스에 치여 짧은 생을 마감한 초등학생 A(11)군을 넋을 달래려는 추모 발길이 사고현장에 이어지고 있다. 2017.06.19 / 사진 원본= 뉴시스

지난 6월 청주 옥산에서 11살 어린이가 학교를 마친 뒤 귀가하다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운행 중인 시내버스에 치여 숨진 사건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며 전국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채 꽃도 피워보지 못한 어린이의 사망은 세월호 참사이후에도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한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었다. 특히 아름답고 소중한 어린 새싹이 꺾이면서 유가족들이 떠안았을 슬픔이 얼마나 버거웠을지 안 봐도 뻔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유가족은 최근 아들이 다니던 청주 옥산초등학교에 장학금 1천만 원을 쾌척했다. 유가족은 "장례 기간 받은 부의금을 학교에 기탁한 것뿐"이라면서 "아들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삭막하고 메마른 사회에 향해 통렬한 교훈을 주는 슬프고도 따뜻한 이야기다.

교통사고 과정과 사후처리 과정을 보면 너무도 황당할 정도다. 어린이는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어린이 보호구역 내 도로변을 걷다가 시내버스에 치여 숨졌다. 시내버스 기사는 사고를 낸 이후 아무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나 20분가량 노선을 따라 계속 운행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스쿨존'이라고 불리는 어린이보호구역은 신호기, 안전표지, 과속방지용 턱 등이 설치되고 차량들은 우행속도를 30㎞ 이내로 서행해야 한다. 과속하지 않는 한 웬만해서는 사고가 일어나기 힘든 지역이다. 또 사고 낸 이후 조치는 더욱 이해할 수 없다. 걸어가고 있는 어린이를 쳐놓고 운전자가 "몰랐다"며 정상적으로 운행했다면 매일 수많은 시민들을 실어 나르는 시내버스기사로서 자질과 자격이 있는지 합리적인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이런 기사가 운전하는 버스 승객들도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주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어린이사망사건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끈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4년 전 청주의 한 어린이집을 다녀오던 김세림양이 등원 과정에서 통학버스에 치이는 사고를 당해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 안타까운 사고는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켜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을 대폭 강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세림이법'이 사고이후 2년 만에 제정된 것이다. 2015년 1월부터 '세림이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도로현장의 안전 불감증은 거의 개선되지 않은 채 반복되고 있다.

안전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은 겪어보지 않으면 헤아리기 힘들 것이다. 무엇보다 자식을 잃은 부모는 평생 동안 슬픔과 아픔을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 옥산 스쿨존 사망사고 유가족이 부의금을 장학금으로 기탁한 것은 금액의 다과(多寡)를 떠나 매우 큰 의미가 있다. 황금만능주의와 생명경시풍조가 만연한 사회에서 부모의 사랑과 진정한 돈의 가치를 보여주었다. 세림이 법이 제정되고 어린이보호구역이 도입돼도 어린이안전사고가 빈번하다면 안전법규만 탓할 수는 없다. 우리사회 공동체의 안전의식이 제대로 확립돼야 한다. 유가족이 자녀 모교에 장학금을 기탁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지만 이번 스쿨존 사망사고를 통해 두 번 다시 이같은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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