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광고로 아동학대 심각성 알리고싶어"

현관문 사이로 빼꼼 모습을 드러낸 기저귀 찬 아기의 실사가 인쇄된 엘리베이터 시트지 / 김정미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아가야~ 거기 서 있으면 안 돼. 위험해" 현관 문 사이로 빼꼼 모습을 드러낸 기저귀 찬 아기를 보자 청소아주머니는 다급한 목소리로 아기를 불러 세웠다.

건물 1층의 엘리베이터. 놀란 아주머니가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아기는 실사 인쇄된 시트지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자 이번에는 닫힌 안쪽 문에 멍 자국이 선명한 아기의 뒷모습이 나타난다.

그리고 쓰여 있는 문구. "다음 중 잘못한 사람은? ①때린 부모 ②맞은 아이 ③관심 없는 당신"

기저귀 찬 아기의 실사가 인쇄된 엘리베이터 시트지 / 김정미

이달 초 충청북도종합사회복지센터의 엘리베이터 광고가 개봉하자 시설 이용자들은 적잖이 동요했다.

처음 보는 광고형태,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 그리고 아직 기저귀도 떼지 못한 아기 몸에서 발견된 시퍼런 멍 자국 때문이다.

"아동학대가 그렇게 심한가? 어떻게 저렇게 작은 아기를 때릴 수 있지? 부모가 때렸다고?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야 둘이야?"

자신이 누른 층의 숫자만 바라보던 사람들이 광고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놀랐고, 그 다음엔 관심을 보였다.

"시선 끌기, 관심 이끌어내기 모두 성공적이었어요." 충청북도종합사회복지센터 윤지연(32) 정책연구팀장은 홍보 전략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지난달 엘리베이터 광고를 직접 기획했다.

윤지연 팀장

"어느 날 이화정 센터장님이 해외 엘리베이터 광고를 보여주면서 우리 시설에도 적용하면 좋겠다고 제안하셨어요. 어떤 내용으로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최근 본 아동학대 현황보고서를 떠올렸죠. 아동학대의 80%가 부모에 의해 가정에서 발생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어요. 이거다 싶었죠."

주제는 정했지만 진행은 쉽지는 않았다. 우선 좋은 내용도 아닌 학대 관련 모델에 내 아이를 세울 부모가 거의 없었고, 모델을 섭외할 비용도 없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도 고민이었다.

"처음에는 아동학대 가해자의 대부분이 부모라는 것을 직접 이야기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센터장님께서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만드는 문구를 주문했죠. 그렇게 해서 질문이 나왔고, 덕분에 관심과 대화의 물꼬가 트였습니다."

윤 팀장은 때린 부모도 잘못이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무관심이라고 강조했다.

"때린 부모가 직접 아동학대 신고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잖아요. 이웃들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윤지연 팀장이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딸 유빈양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김정미

엘리베이터 모델은 윤 팀장의 딸 유빈 양이다. 포토샵으로 멍 자국을 만들고 립스틱으로 회초리 맞은 모습을 표현할 때는 매 맞는 아이들이 떠올라 가슴이 아팠다. 모든 도민들이 부모의 마음으로 광고를 봐주길 바랐다.

아동학대 관련 엘리베이터 광고는 반향이 컸다. 시설 이용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광고 제작과 비용 문의가 잇따랐다.

윤 팀장은 제작비용을 제외한 모든 것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원하는 기관이나 단체가 있으면 광고 파일을 드리려고 해요. 내용을 바꿔 디자인하거나 시트지만 출력해서 붙일 수 있도록 말이죠. 충청북도종합사회복지센터는 도민들을 대상으로, 또 사회복지 종사자들을 기반으로 하는 기관입니다. 엘리베이터 광고에 기관 이름을 넣지 않은 이유는 기관 홍보보다 사회복지 이슈를 드러내는 역할을 담당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앞으로도 사회복지 분야 정책을 알리고 복지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