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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눌수록 더 큰 보람"…긴급구호 어린이들 '키다리 아저씨'[초록우산어린이재단-중부매일 공동기획] ④현종오 치과의사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누적 후원금만 7천여 만원
중독성 강한 나눔…세살 아들도 이웃과 더불어 살길
10년째 여름·겨울 동남아 의료봉사, 재능기부 실천
현종오 원장이 환하게 웃으며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 김정미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치과의사, 의료봉사, 긴급구호 어린이 후원, 신문 발행인, 세살 사내아이의 아빠. 청주시 분평동에서 현치과를 운영하는 현종오(40) 원장을 설명하는 단어들이다.

현종오 원장은 전국 치과의사들 사이에서 이름이 꽤 알려진 편이다. 치과의사들이 만드는 치과의사신문 발행인을 맡고 있는 데다 긴급구호가 필요한 위기가정 어린이들이 나타날 때마다 치과의사 커뮤니티에서 후원금을 모금하는 데 앞장 서 왔기 때문이다.

사회참여에도 적극적이어서 대한의사협회의 의료영리화 저지 특별위원회 활동을 비롯해 10년째 여름·겨울 두 차례 해외의료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나눔은 중독성이 강하다

위기가정 어린이들에 대한 현 원장의 관심은 특별하다. 5년 전 전남 영광에서 조부모와 사는 네 아이를 도운 사연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부모가 차례로 집을 나가자 어린 네 아이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맡겨졌다. 생활이 궁핍했지만 부모가 생존해 있다는 이유로 정부의 생계비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병든 할머니를 대신해 폐지라도 주워 아이들을 돌보겠다고 나선 할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장애를 갖게 되었고 가족들은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다 쓰러져가는 집, 전기와 수도마저 끊긴 상황. 우연히 지인에게 소식을 접한 현 원장의 마음도 무너져내렸다. 치과의사 커뮤니티에 이 사연을 알리고 적극적으로 후원금 모금에 나섰다.

그 결과 아이들에겐 어렵사리 살 집이 마련됐고 사연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가 아이들을 후원하고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성공모델이 만들어지자 자신감이 생겼다. 위기 상황의 아이들이 나타날 때마다 2차, 3차 ,4차의 긴급구호에 나섰다. 치과의사 커뮤니티를 통해 후원금을 모금하면 건축가들은 재능기부를 통해 집을 고쳐주었다. 나눔에서 오는 보람은 중독성이 강했다.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

전남지역에서 시작된 후원활동은 지난 3년 전부터 충북지역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꽤 많은 아이들을 도왔지만 거리가 멀어 얼굴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충북에도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데 가까이 있는 아이들을 돌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아이들 돕고 있습니다."

현종오 원장은 당장 수술비가 없거나 화재로 집을 잃은 아이들 등 긴급구호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특히 관심을 쏟았다.

"가장 최근 도움을 준 아기는 7월 이내로 수술을 하지 않으면 장애을 가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어요. 급히 모금을 해서 후원금을 보냈고, 수술을 잘 마쳤습니다."

아들 원학(3) 군을 낳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아빠의 마음이 더해졌다. 매해 2천만 원 가까운 돈을 국내 아동 후원금을 비롯한 봉사에 기부하고 있지만 더 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것이 항상 미안하다고 했다.

부모님께서 어려운 이웃들과 어우렁더우렁 살아가는 모습을 실천하신 것처럼 현종오 원장도 자신의 삶을 지켜보면서 아들 원학군이 더불어 사는 삶의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채감에서 시작된 재능기부

해외의료봉사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현종오 원장

10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동남아지역 해외의료봉사는 부채감에서 시작됐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로 관광을 갔는데 뜨거운 거리에서 하루 종일 줄지어 서 있는 아기엄마들을 보았습니다. 유럽에서 온 의사들이 운영하는 자선병원이라고 하더군요. 병원도 약도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들은 진료 기회를 얻기 위해 기약도 없이 줄을 서 있었던 겁니다. 관광을 하는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충북의사협회와 로터리클럽의 동남아 의료봉사 요청을 받고 망설임 없이 동참했다. 미안함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였다. 봉사자가 적다보니 치과의사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

3박5일 간의 일정에서 순수하게 진료를 할 수 있는 시간은 단 이틀. 한 명이라도 더 치료하기 위해 무리를 하다 손가락에 실핏줄이 터진 적도 있었다. 하루 60명을 치료하기도 했다.

여름에는 의사협회에서, 겨울에는 로터리클럽에서 의료봉사를 떠났다. 현 원장의 병원이 여름 휴가와 함께 겨울휴가를 갖는 이유는 해외 의료봉사 때문이다.

#사회 참여와 노블리스 오블리제

감자밭에서 아들 원학군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종오 원장

지난 2015년부터 치과의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지원 아동 후원 캠페인의 모금액만도 7천600만원에 달한다. 치과진료가 필요한 아이들과 그 가족들에게는 무료 진료를 해주고 있다.

아들 원학 군 이름으로 매월 40만원, 그룹홈에 살고 있는 아동을 위해 월 10만원을 후원하고 비정기적으로 목돈을 지원하고 있다. 재능기부와 후원, 봉사는 현종오 원장의 일상이 됐다.

한여름도 오지 않았는데 현 원장의 머릿속은 벌써 저소득층 가정의 난방비 지원 걱정으로 가득 차 있다.

"연탄이 없어서 냉방에서 아이들을 씻기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면 안 되잖아요. 지원금이 부족하다고 연탄마저 주지 않으면 돈 없는 사람은 얼어죽으라는 겁니다. 2년전부터는 연탄기부를 시작했는데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가정만 30가구였습니다. 올해는 10월부터 시작할 계획입니다."

헌법재판소 앞에서 의료 영리화 반대 피켓 시위를 하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행사를 후원한 것도 큰 틀에서는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실천의 일환이다.

"빨리 돈을 벌어 외제차를 사거나 아내에게 명품 핸드백을 사주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면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죠. 그 핸드백 가격이면 누군가는 집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이죠."

현 원장은 당장의 후원금보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적극적으로 정치·사회적 이슈에 참여하고 사회개혁을 힘주어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회개혁과 어린이를 돕는 것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좀 더 가진 사람, 힘 있는 사람들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정미 기자  2galia@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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