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물폭탄’이 쏟아진 16일 폭우로 인해 청주시 흥덕구 가경천 제방 일부가 유실되면서 수도관이 파손돼 가경·복대동 일부지역이 단수됐다./김용수

하늘이 뚫린 것 같은 물 폭탄으로 충북 청주가 한때 수중도시로 변했다. 집중호우로 청주뿐 아니라 인근 증평과 괴산도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 15∼16일 청주에는 무려 302.2㎜의 폭우가 쏟아졌다. 우암산에는 274㎜, 상당구에는 260.5㎜의 강우량이 기록됐다. 특히 시간당 최고 90㎜가 넘는 '물벼락'을 맞은 청주는 도심 속 하천이 범람해 주변지역 피해가 집중되는 등 도심 대부분이 물난리를 겪으면서 일시적으로 도시기능이 마비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토사에 매물 돼 숨지거나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는 등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또 피해복구 작업을 하던 도로보수원이 작업차량에서 쉬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지는 안타까운 사연이 낳기도 했다. 거의 일년치 강수량에 맞먹는 기록적인 폭우를 적절히 대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기상의 예측불허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선진예보시스템등 기상예측의 정확도 개선을 위해 수백억 원의 혈세를 투입하고 있지만 기상청 특보의 오보사례는 갈수록 늘고 있다. 여기에 청주시의 대응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하늘에 책임을 돌린다면 기상청의 존재이유는 없다. 그런데 기상청은 갑작스런 폭우가 하늘의 탓인 것처럼 변명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청주시도 긴급재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이 안돼 허둥지둥 하는 바람에 주민들만 골탕 먹었다.

이번에 청주를 강타한 집중호우는 여러가지 기록을 갈아치웠다. 역대 7월의 하루 강수량으로는 최고였으며 1995년 8월25일(293㎜)이후 22년 만에 가장 많았다. 이는 역설적으로 청주가 상습수해지역이 아니라는 점을 말해준다. 하지만 이 때문에 수해에 대한 대비가 크게 부족해 피해가 확산됐으나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16일 아침 1시간 동안 100㎜가 넘는 비가 앞이 안보일 만큼 세차게 내렸지만 안내 문자 메시지는 뒤늦게 발송됐다. 그나마 청주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복대동·비하동 일대의 안내문자는 이날 오전 단한차례도 없었다. 청주시내 곳곳이 침수돼 차량이 물에 잠겼고, 석남천 등 하천 제방이 유실됐으며 단수와 정전이 잇따랐으나 청주시 대응은 늘 몇 박자 늦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기상청의 무능한 대처가 사태를 키웠다. 기상청은 16일 새벽 충북 중북부 지역에 30∼80㎜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무려 최고 10배 가까운 290.2㎜의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은 하루 전날엔 돌풍을 동반한 최대 80㎜ 이상의 비가 내린다고 예보했으나 그 날 날씨는 오히려 맑았다. 또 16일 아침 청주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시간은 이미 폭우가 쏟아져 물난리가 시작된 시각이다. 더 황당한 것은 청주기상대와 기상청 콜센터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는 점이다.

늑장특보에 오보가 빈번한 기상청이 날씨를 예보하고 긴급재난에 기민하게 대처해야할 청주시가 뒷북행정을 보이는 상황에서 물난리는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