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최익성 플랜비디자인대표·경영학 박사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조직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탈피이다. 지금 많은 조직들을 자신의 몸 껍데기를 벗어던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탈피를 하고 나면 몸이 2배 정도 성장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많은 기업들이 탈피를 꾀하고 있다. 외부 변화에 적응하거나 살아남기 위해서, 또는 시장을 선점하고 리드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 때 내부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영역이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위계중심의 수직적 조직문화가 아닌 수평적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화의 변화와 함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일하는 방식이다. 관리 중심의 일하는 방식에서 자율 중심의 일하는 방식으로의 변화이다.

조직이라는 것이 탄생하고 생겨난 도구가 보고와 회의이다. 보고는 수직적 커뮤니케이션 도구이고, 회의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다. 그래서 많은 조직들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도구인 회의에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세계 최고 기업이 된 S전자의 경우도 회의 원칙을 제정하고, 회의 시스템을 정비하고, 회의를 모니터링하고 피드백 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 수평적 조직문화는 단순히 회의만의 영역이 아니다. 오히려 보고가 더 중요하다. 보고라는 행위가 오히려 위계를 더 극명하게 들어내기 때문이다. 위계와 관리의 상징인 보고를 바꾸는 일은 수평적 조직문화 구현과 자율 중심의 일하는 방식의 정착을 위해서 탈피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그렇다면 보고문화를 바꾸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PPT 사용을 금지하는 회사도 있고, 1페이지 보고서를 장려하는 회사도 있다. 실무자와 매니저가 함께 참여하는 스몰 미팅 형태의 동시보고를 하는 회사도 있다. 그러나 PPT 사용을 금지했더니 스프레드시트나 워드를 PPT화 하여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1페이지 보고서는 기존의 내용이 첨부자료로 가고, 오히려 요약 페이지 한 장을 더 만들게 되었다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도 생겼다. 동시보고는 회의만 더 하게 되고,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생각과 일치시키기 위한 게싱 게임(guessing game)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

보고의 디자인은 도해가 아닌 내용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표현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핵심에 집중했는지 파악하고 피드백 할 수 있어야 한다. 주어와 술어, 맞춤법, 자신의 이해를 돕지 못함을 피드백 할 것이 아니라 원인 도출의 모호성, 대안의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없는지 등에 대한 피드백이 필요하다. 그래야 1페이지 보고서가 만들어진다. '근거가 뭐야', '데이터 가지고 얘기를 해야지'와 같은 말을 하는 순간 보고서는 많아진다. 근거와 데이터는 시스템을 보면 된다. 시스템을 볼 수 없다면 그건 시스템을 바꿔야 할 문제이지 개인의 역량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보고문화를 바꿔야 할까. 보고라는 행위의 목적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보고와 관련한 서적이나 교육을 들여다보면 '상사 관점이 되어야 한다'라는 말이 많이 등장한다. 동의한다. 읽는 사람의 관점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자. 보고를 쓰는 사람의 관점에서 해석해보면 어떨까. 4차 혁명, 수평적 조직문화,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관리자의 시대에서 플레이어(실무자)의 시대로 변화이다. 플레이어들이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측면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최익성 플랜비디자인대표·경영학 박사

지금까지 우리의 보고서는 상사의 관점에 맞춰라 였는데 이건 보고가 가지고 있는 수직적 개념에 집중한 것이었다. 보고가 수평화 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 관점에서 일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결정하고 이해하고, 도움을 주는 측면으로 발전해야 한다. 관점을 조금 바꿔보면 플레이어들이 더 현명하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권한위임이 일어날 수 있는 보고서 자율과 책임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보고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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