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이태동 음성 감곡초 수석교사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흑갈매기는 바닷가 절벽 120m 높이에 알을 낳는다. 천적을 피해 높고 험한 곳을 찾아야 알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미 새는 120m 절벽 아래 해안가를 오가며 알에서 갓 태어난 새끼들에게 줄 먹이를 구하러 다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새끼들과의 운명은 기구하다. 새끼들의 험난한 낙하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날개를 펴고 날아 봐."

"엄마, 아빠 있는 이곳까지 용기를 내봐."

새끼들이 둥지를 떠날 때가 가까워 오면 어미 새는 120m 아래의 지상으로 미리 내려가 새롭게 연결 될 만남의 순간을 향해 초조한 언어로 끊임없이 교감(交感) 한다.

요즘 우리나라 아이들은 놀 틈이 없다. 학교에서 정규 수업을 마치고 방과후활동(특기적성교육), 학원, 돌봄교실, 지역아동센터 수업에 이르기까지.

학자들에 의하면 우리의 두뇌가 활동 할 때 단기 기억을 거쳐 장기 기억에 저장되려면 반드시 '자신의 경험이나 유의미한 연결'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가능하다고 한다. 에킨슨과 쉬프린(Atkinson & Shiffrin)의 중다 기억 모형(multi-store model)과 Baars & Gage에 따르면 외현 기억(explicit memory)은 둘로 구분, 의미기억(일반적인 지식)과 일화 기억(나한테 있었던 일)이 있다.

사실 그런 주장에 공감과 지지를 보내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에 대해 조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언제든지 상품처럼 주문만 하고 돈을 지불하면 모범적인 아이가 뚝딱 만들어지고, 그 아이가 성장해 취직은 물론 이 사회가 요구하는 환상적인 젊은이로 등장하리라는 믿음을 지니고 있다. 이는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해 어릴 때부터 무거운 짐을 진 채 살아가게 마련이다. 한국 학생들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 공부하고, 가장 많이 공부하며 가장 쉽게 잊어버린다는 풍자적인 말을 새겨 볼만하다.

그동안 시험위주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경쟁 구조로 내몰았던 문제 상황이 이제는 인간 중심의 개성화 교육에 더 초점이 맞춰 지고 있다. 경험을 중시하고 협력과 상생, 높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교육은 개인과 이웃, 사회, 우리 모두 행복한 세계로 안내해 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가상현실 전문가, 로봇개발자, 인공지능 전문가, 드론 조종사, 쇼핑 도우미, 빅데이터 전문가, 놀이기구 판정단, 동물치료사, 감정노동자 상담사 등등 직업이 분화되고 있다. 3D프린터, 드론,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지능 등 IT복합적 사고와 행동양식의 변화는 급격히 우리 삶을 전복시켜 하나의 문제에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맞는 것, 다른 것, 틀리는 것의 구분이 모호해 지는 시대로 가속화된다.

이태동 음성 감곡초 수석교사

까마득한 낙하지점을 정해 놓고 치열하게 사는 흑갈매기, 그들은 분명 먼 길을 독특한 DNA 방식에 따라 존재해 왔다. 새끼들의 작은 몸짓 하나가 비행이라기보다 지상에 무사히 닿기 위한 간절한 기도이며 사랑이었는지 모른다.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남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폭넓은 이해와 존중, 존경을 바탕으로 한 관용의 과정이다. 새끼를 품었던 어미 새의 따뜻한 기억과 지극한 사랑이 결국 새끼들에게 용기 있게 몸을 던지게 하는 신념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왜 그토록 낮은 곳에서 어미 새는 오랜 시간 새끼들을 향해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으며 기다림을 선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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