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도의회 / 중부매일 DB

지난 16일 충북 청주 일원에 300㎜ 안팎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한때 도시기능이 마비되고 지역주민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청주뿐만 아니라 진천, 괴산, 증평등 충북 중부권 일부 주민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수해지역을 방문해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적극 검토하는등 청주를 비롯한 중부권 수해는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도의원들에게 이번 수해는 '남의 일'이었다. 정부 고위인사들뿐만 아니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등 여야 정치인들도 수해현장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거나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며 지원을 약속했지만 정작 지역민심을 대변해야할 일부 충북도의원들과 공무원 4명은 관광성 해외연수를 위해 지난 18일, 8박10일 일정으로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이런 개념없는 도의원들의 유럽연수 비용은 대부분 충북도가 부담한다. 세금을 납부하는 도민들에겐 기가 막힌 일이다.

유럽연수를 떠난 도의원들에게 수해는 안중에도 없었다. 충북도의회는 엊그제 "사상초유의 재난 피해를 남긴 청주시를 포함한 피해지역을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성명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도의원들의 마음은 딴 곳에 가있었다. 행정위 소속 자유한국당 김학철(충주1), 박한범(옥천), 박봉순(청주 가경·강서동), 더불어민주당 최병윤(음성)의원등 4명은 문화선진국 유럽을 벤치마킹한다며 출국했다. 연수로 포장됐지만 대부분 일정은 '유럽여행'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이들을 위해 투입된 예산이 4천793만원이다. 도의원 1인당 500만원씩 배정됐다. 충북도의회는 예약을 취소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변명을 하고 있지만 도민들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했다. 도의원들의 해외연수는 선진문화에 대한 견문을 넓힌다는 점에서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지만 시기와 일정이 문제다. 하필 지역주민들이 수해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도의원들이 지자체 예산을 지원받아 해외연수를 떠난다면 삼척동자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겉으로는 물난리를 겪은 주민들을 위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여행가방을 싼 셈이 된다. 최소한의 도리와 상식도 못 갖춘 도의원들이다. 같은 행정위 소속으로 이번 유럽연수를 포기한 자유한국당 이언구(충주2)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연철흠(청주9)의원이 돋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도의원들은 지방선거 때는 지역주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지역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하지만 당선된 이후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도의원으로서 자긍심과 책임감이 있다면 권리를 주장하고 특혜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이런 재난이 발생하면 수해현장에 달려가서 실의에 빠진 주민들에게 용기를 복 돋아주는 것이 먼저다.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도민들은 어떤 사람을 지방의원으로 뽑을 것인지 옥석(玉石)을 가리고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정작 도민들이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이를 외면하고 지방의원이라는 우월적 직위만 내세우며 갑 질을 하거나 특혜만 누리려는 후보를 뽑는다면 혈세만 낭비한 채 지역발전은 요원하다. 그래서 다음 지방선거 때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무개념 지방의원들이 누구인지 반드시 상기해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