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청주 옥화대와 운암리를 가다

[중부매일 송휘헌 기자] "여름 한철 장사해서 먹고 사는데 쫄딱 망했죠."

19일 청주 상당구 미원면 옥화대 일원 펜션주인들은 폭염 속에도 부셔진 건물과 주변을 복구하는데 구슬땀을 흘린다. 이 곳은 하천과 계곡이 유명해 여름마다 피서객들이 몰리는 휴양지이다.

수마가 지나 간지 나흘째가 됐지만 복구 작업은 이제 걸음마 단계였다. 옥화대로 들어가는 도로 곳곳이 유실되거나 진흙구덩이로 변해 피서지의 모습은 사라졌다. 펜션 마당에는 TV, 냉장고, 선풍기 등 침수된 물건으로 가득 차 공간이 부족해 보였다.

침수된 물건을 나르던 펜션주인 A(60·여)씨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왜 안하는지 속이 터진다"며 "작업을 아무리해도 인력과 장비가 모두 부족해 손을 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또 "피해는 집계도 안 되고 손님들 예약취소를 한 것까지 하면 수천만원의 손해를 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른 인근에 펜션들도 침수된 방안을 치우거나 파손된 곳을 손보는 등 복구작업으로 분주했다.

B(54·여)씨는 "손님을 받으려고 준비했던 캠핑장비, 카라반 등도 다 폭우에 다 떠내려가고 수영장도 준비했는데 그것마저 무너졌다"면서 "한철 벌어 먹고 사는데 복구가 안 될 것 같아 속이 까맣게 탄다"고 말했다.

옥화대 인근에 있는 마을 운암2리도 사정은 마찬가지. 마을 주택, 농경지 등이 한마디로 쑥대밭이 됐다.

운암리 초입에는 높이 2m, 길이 10m 가량의 침수된 물건더미가 쌓여있다. 침수된 물건을 나르던 마을주민 C(67)씨는 "살림살이가 하나도 쓸께 없어서 몽땅 버리게 됐다"며 "냄비하나도 귀해 밥도 해 먹을 수도 없고 돈 들어 갈일만 남았는데 걱정된다"고 전했다.

인근에서 만난 D(66)씨는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물끄러미 인삼밭을 바라봤다. 토사가 인삼밭으로 밀려들어 3년생 인삼 농사를 망치게 된 것이다.

그는 "인삼은 5년은 키워야 팔 수 있는데 3년생이 이렇게 돼 다 캐서 버려야 한다"면서 "운암리에 삼밭은 다 침수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먹고 살길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게 빠른 복구 작업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면서 "피해액 산정이 돼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받을 수 있는데 신속하게 확인,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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