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귀국·석고대죄했으나 분노한 민심은 "사퇴"
김학철 '미친개' 이어 '설치류' 국민 비하…'제명'도 '약하다'

수해 복구작업을 외면하고 유럽 해외연수를 떠났다가 조기 귀국한 박봉순(자유한국당), 최병윤(더불어민주당) 도의원이 20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사죄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께 송구스럽다. 사퇴요구는 고민해보겠다"라며 사죄의 뜻을 밝히고 있다./신동빈

[중부매일 한인섭 기자] 최악의 수해 상황에서 유럽 연수를 택한 충북도의원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 일부의원들이 조기 귀국을 택했으나, 도민들은 여전히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당과 민주당은 소속의원들이 물의를 빚자 '제명 권고' 또는 중징계 방침을 정했으나 '출당' 등 좀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충북도의회 최병윤 의원(더민주당·음성1)과 박봉순 의원(한국당·청주8)의원은 20일 오후 5시 30분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비난과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도민여러분의 실망과 분노를 마음에 새기고 두고 두고 반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모든 일을 제처 놓고 수해현장으로 달려가겠다"며 "피해복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분골쇄신 하겠다"며 사죄했다.

최 의원은 "사죄 조차 염치 없다 생각하지만, 마음속의 눈물을 훔치며 뼈를 깍는 반성을 하고 있다"며 "도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참다운 사람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수해로 아픔을 겪은 이웃들의 눈물을 닦아 드리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며 "사려깊지 못한 행동에 실망하시고, 상처를 입은 분들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영국 파리에 도착한 직후 귀국을 결정해 19일 저녁 7시 50분(현지시간) 출발 항공편을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이들은 20일 오후 1시 40분께 귀국한 후 청주로 내려와 회견을 했다. 두 의원과 함께 출발한 의원 2명(김학철 의원·박한범 의원)과 도의회 사무처 및 충북도청 직원 등 7명은 22일께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해 복구작업을 외면하고 유럽 해외연수를 떠났다가 조기 귀국한 박봉순(자유한국당), 최병윤(더불어민주당) 도의원이 20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사죄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께 송구스럽다. 사퇴요구는 고민해보겠다"라며 사죄의 뜻을 밝히고 있다./신동빈

충북도의회 의원들의 이같은 조기귀국에도 불구하고 비난 여론은 쉽게 가라 앉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김학철 의원이 유럽행을 비난하는 국민들을 '설치류'에 빗대 비하한 발언은 국민적 분노를 자극해 '제명' 이상의 조치가 뒤따라야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여론이다.

자유한국당 중앙당은 이날 김학철 의원(충주1)과 박봉순 의원(청주8), 박한범 의원(옥천1)에 대해 최고수위 중징계인 '제명 권고'를 의결했다.

한국당 당무감사위원회는 "지역주민들이 수해로 고통 받고, 피해 복구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외유성 해외 연수를 떠난 것은 민심을 헤아리지 못한 행위"라고 규정하고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당직자와 당원을 대상으로 강력한 조치를 취해 당의 혁신과 변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정가에서는 그러나 출당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제명 등을 거론하다 낮은 단계의 징계로 끝내려는 의구심이 만만치 않다"며 "차제에 일벌백계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유럽 외유와 김학철 의원의 막말에 분노한 시민단체 대표가충북도의회를 찾아 '삽질 항의 퍼포먼스'를 했다.

오천도(51) 애국국민운동연합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10분께 청주시 문화동 충북도청(도의회) 서문 앞에서 '사퇴하라'는 구호를 쓴 손카드 형태의 흰색 플래카드 4장과 삽을 땅바닥에 내려 놓는 방식의 퍼포먼스와 함께 '충북도의원 사퇴' 등 구호를 외쳤다.

오 대표는 "(수해가 났는 데)삽질을 하지않고, 여행을 다니는 충북도의원 모두 사퇴하라"고 목청을 높인 후 "국민혈세로 놀러 다니는 게 말이 되냐. 국민을 향해 '레밍'이라 하냐"고 언급한 후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그는 또 "충북도의원 총사퇴, 나쁜 ×의 ××들, 국민이 레밍이냐" 등의 구호를 반복적으로 외치며 20여분간 항의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충북도청 서문에 도착한 오 대표는 이날 아래, 위 흰색 정장에 같은색 중절모를 쓰고 나타나 이같이 항의했다.

청주 현도면 출신으로 서울에 거주하는 오 대표는 오 대표는 김학철 위원장의 '레밍' 발언에 분노해 청주를 방문했다. 김 위원장(한국당·충주1)은 앞서 지난 19일 유럽 연수 경위를 묻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들이 이상하다. 제가 봤을 때는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집단 행동하는 설치류있잖아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밍(lemming)은 '집단 자살 나그네제'로 불리는 설치류로 우두머리 쥐를 따라 맹목적으로 행동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국민 비하 발언'이자, 개돼지 발언 시즌2'로 간주되고 있다.

김학철 충북도의원 / 중부매일 DB

김 의원은 앞서 지난 3월 '국회의원 미친개' 발언으로 파문을 야기했으나 "도의회 윤리위는 징계 대상이 아니다"고 결정했다. 김 의원은 당시 청주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국회에 250마리의 위험한 개들이 미쳐 날뛰고 있다. 미친개들을 사살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한차례 파문을 일으켰다.

충북도의회의 한 관계자는 "미친개 발언에 대해 징계를 하지 않은 데다, 현안사업과 관련해 김 의원의 부적절한 의정태도에 대해 충북도가 행정범위를 벗어난 과민반응을 하곤했다"며 "이같은 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조절능력'을 상실한 지방의원을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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