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시내가 폭우로 인해 잠긴 도로/ 신동빈

물폭탄이 충북을 강타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도민들은 물난리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새벽 불과 반나절 쏟아진 비는 충북 청주를 비롯한 중부권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기습 폭우로 도내 공공·민간부문 피해액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5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피해가 7명이고 무려 1천300대의 차량이 도로 또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침수돼 폐차절차를 밟고 있다. 집이 무너져 내리거나 애써 기른 농작물이 유실되는 등 삶의 터전을 잃은 피해주민들은 아직도 실의(失意)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수해는 아무리 도시기반시설을 잘해놓아도 자연재해 앞에서는 무력화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긴급재난에 대처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세가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냈으며 일부 도민들의 안전불감증도 여전했다. 무엇보다 지역사회가 엄청난 비 피해에 시름에 잠겨있는 상황에서 관광성 유럽연수를 떠난 일부 몰지각한 도의원들의 이기적이고 천박한 행태는 도민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을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조롱거리가 됐다.

이번 수해를 반추해보면 천재(天災)라고 보기엔 너무도 안타까운 상황이 많았다. 물론 재난은 순식간에 발생한다. 하지만 어떤 재난도 징후는 있다. 우리가 기상예보를 주의 깊게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기상청은 결정적인 순간에 오보를 했다. 주말인 지난 15일은 돌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진다고 했지만 그날 하늘은 맑았다. 하늘이 뚫린 것처럼 300㎜의 비가 퍼부었던 16일은 당초 30~80㎜의 비가 내린다고 예보했다. 기상청은 이런 식의 잘못된 예보를 발표하고도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을 피한 채 변명으로 일관했다. 한대에 550억 원에 달하는 여러 대의 슈퍼컴퓨터와 전국 각지의 예보관들은 있으나 마나다. 기상청은 '오보청'이라는 비난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번 수해에 청주시 공무원들도 고생했지만 긴급재난에 원활하게 대처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복대동과 비하동 주민들에게 안내 문자 한통 보내지 않았고 일부 지역의 단수와 정전사태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일요일에도 담당 공무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긴 했지만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은 평소 긴급재난에 대한 훈련이 부족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번 수해에 침수된 차량이 1천300대에 달한다는 보도에 도민들조차 놀랐다. 차량 피해규모만 90억 원에 달한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뒀다가 물에 잠긴 차량등도 있지만 대부분 침수된 저지대 도로를 지나다가 시동이 꺼지는 바람에 피해를 봤다. 문제는 일부 주민들이 경찰이나 공무원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 식으로 통제구간을 뚫고 차를 몰고 진입했다가 화를 당했다. 그만큼 안전불감증이 주민들의 몸에 밴 것이다.

일본이 지진과 쓰나미등 자연재해가 빈번해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빨리 정상을 찾는 것은 긴급재난대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지자체와 국민들이 일사불란하게 대응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공동체는 수해결과에 대해 깊이 성찰해봐야 한다. 이번 유례없는 수해에도 불구하고 안전시스템과 정신자세를 바꾸지 않는다면 언제든 더 큰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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