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로 간 늦둥이 아들 너무 보고싶어요"

[중부매일 송휘헌 기자] 배인문(47)씨는 아들을 가슴에 묻었다. 배씨의 아들인 故 준영(11)군이 지난달 15일 청주시 흥덕구 옥산초등학교 인근 스쿨존에서 시내버스에 치여 숨지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기 때문이다.

평소 배씨가 장난삼아 아들 준영에게 집을 사달라고 말하면 "아버지를 위해 과학자가 되서 집을 만드는 로봇을 개발하겠다"며 답할 정도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막내였다. 또 36살에 어렵게 얻은 '늦둥이'로 집안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 배씨는 아직까지 막둥이가 떠난 것이 믿겨지지 않아 눈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준영이가 생각납니다. 막둥이는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버렸습니다. 아버지를 위해 딸들이 말이 많아졌는데 내성적인 딸들이 그렇게 행동할 때마다 마음이 아파옵니다."

그러나 배씨를 가슴 아프게 만든 것은 미흡한 사건의 '진상규명'이다. 사고를 낸 버스운전자는 경찰에서 아이를 차로 친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운전기사의 진술이 참인지 거짓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으레 설치됐을 것이라고 생각된 블랙박스가 고장으로 영상촬영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아들이 사망했는지를 모르겠다. 운전자가 사고를 내고 모르겠다고 진술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공용버스에는 블랙박스의 설치가 의무라고 생각했지만 운행기록장치만 의무라는 이야기가 충격적 이었습니다. 블랙박스가 제대로 작동해 현장을 볼 수 있었다면 한결 마음이 가벼웠을 것 같습니다."

배씨는 특히 부의금으로 받은 1천만원을 아들이 다녔던 초등학교에 기부했다.

"기부를 한 것은 아들이 다니던 학교에 학생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고 필요한 곳에 쓰였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게 됐습니다. 이 돈의 주인은 원래 내가 아니고 아들의 것인데 이런 행동을 원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학금 등 좋은 곳에 사용해 줬으면 좋겠고 친구들이 아들을 조금이라도 더 기억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배씨는 스쿨존이 아직도 위험에 노출돼 있고 개선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청주시가 사고 이후 도로확장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스쿨존에서 안전운전을 하는 등 관심을 더 가져주기를 당부했다.

"사고장소에 횡단보도, 반사경, 신호등 등이 빨리 조치돼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신속하게 안 된다"고 밝힌 배씨는 "공용버스의 블랙박스 의무화, 스쿨존 CCTV 설치 의무화는 꼭 있어야 할 최소한의 수단입니다. 스쿨존에 아이가 사고가 나는 것은 누구든지 겪을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으로 스쿨존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15일 오후 3시 26분께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배군이 시내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버스기사 A(60)씨는 아무런 구호조치도 하지 않은 채 도주했다가 같은 날 오후 4시 20분께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시내버스의 블랙박스 영상이 기록되지 않았고 버스기사 A씨는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뺑소니(특가법상 도주차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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