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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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의 김철호 단장이 지휘하는 국악공연을 보았다. 첫 번째 연주곡, <아리랑 환상곡>은 북한의 작곡가최성환이 40여 년 전에 민요 아리랑을 환상곡 풍으로 편곡한 곡이다. 북한에서 만들어진 관현악 곡이지만 대한민국 및 전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가 가끔씩 연주한다. 특히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로린 마젤이 평양에서 공연하면서 이 곡을 직접 지휘하여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곡이다.

이어서 노래한 <쑥대머리>는 옥중의 춘향이가 임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노래로 꿈속에서나마 임을 보고 싶어 하는 내용이다. 이곡은 차세대 소리꾼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율희의 판소리와 어우러져 흥겨웠고, 이 곡을 일제강점기에 임방울 가수가 빼어나게 잘 불러 음반이 일백만 장 이상 팔렸었다. 2부에서는 <장타령>을 전태원 가수가 판소리로 노래했다. 각설이 타령이라고 알려져 있는 장타령은 우리나라 전 지역에 구전되어 오던 민요의 하나다. 장타령은 중간 중간에 여자소리꾼의 추임새가 더욱 재미를 느끼게 한다. 경쾌한 리듬과 서민적인 삶의 애환을 담은 사설이 공감대를 형성하여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퍼졌다. 필자가 최근에 장타령을 소리꾼에게 매주 배우고 있어 더욱 친근감이 간다.

이날 연주를 맡은 30여명의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국악관현악단으로 50여 년 전 한국국악예술학교 부설 국악관현악단으로 발족되었다. 이 관현악단은 타이완과 일본, 인도네시아, 태국과 싱가포르ㆍ프랑스, 그리고 미국 등의 해외공연을 통해 한국 전통음악의 세계화에도 기여하였다. 또한 한국 전통음악의 창조적 계승과 새로운 창작음악 진흥에 힘써 국악음악의 발전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이어서 경기민요 메들리를 민요가수 채수현과 이미리가 불렀는데,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말고 한오백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의 <한오백년>과 조선시대 선비들이 즐겨 부르던 대표적인 노래 중 가장 마지막에 부르는 <태평가> 그리고 어부들이 부르는 어업노동요(漁業勞動謠) <뱃노래>를 노래했다. 특히 뱃노래는 우리나라에 많은 종류가 있는데, 뱃노래의 대부분이 노동요이기 때문에 노동의 양상에 따라 가사가 다르다.

이번 '행복한 우리소리' 음악회는 국악관현악곡의 아리랑 환상곡, 쑥대머리, 얼씨구야부터 경기민요, 판소리 협연까지 풍성하고도 다채로운 음악에 추임새도 넣고 흥에 맞추어 박수도 치면서 즐겁게 감상했다. 특히 지하철 배경음악으로 시민들에게 익숙하면서도 크게 사랑받는 김백찬 작곡의 국악 <얼씨구야>를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연주하여 기분이 좋았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갈대의 나부낌에도 음악이 있고, 시냇물의 흐름에도 음악이 있다는데, 자연과 삶을 노래하는 우리 가락 우리소리에 더욱 정감이 간다. 음악은 정신생활을 감각의 생활로 연결해주고, 어떠한 지혜, 어떠한 철학보다도 격조 높은 예술 활동이다. 삶이 공허하고 해답이 없어 괴로울 때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하면 마음의 위로가 되고 용기도 얻을 수 있다. 우리 모두 여유를 갖고 조금씩 양보하며 살자. 그리고 가끔씩 시간을 내서, 음악회, 영화, 연극, 그리고 미술관에 가서 머리도 식히며 삶의 질을 높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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