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요즘들어 가장 많이 접하는 신조어의 하나가 바로 '제4차 산업혁명'인 것 같다. 신문, TV, 인터넷 등 모든 매체에서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정부도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고, 정책 추진의 핵심 주체로 '제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시키고자 준비하고 있다. 언론이나 학자들은 모두 세상이 변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정작 기업을 하는 사람들이나 경제활동을 하는 국민들에게는 그 의미가 피상적으로만 다가오는 듯하다. 많은 새로운 변화와 얼마나 다르기 때문에 '산업혁명'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것인지 간단히 얘기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의 경계를 융합하는 기술혁명'을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명명했다. 이는 1차 산업혁명시대의 증기기관, 2차 산업혁명시대의 전기동력, 3차 산업혁명시대의 컴퓨터기반 자동 생산체계와 비견되는 변화이기 때문에 이름이 붙여졌다. 다소 장황하게 제4차 산업혁명을 설명한 이유는 그만큼 제4차 산업혁명은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일부의 얘기처럼, 제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AI가 유망하다거나 어떤 일자리가 늘거나 로봇으로 대체되는 수준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이전과는 차원으로 변모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먼저 산업적으로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파괴적 기술'에 의해 각국의 산업은 대대적으로 재편되고 기존 시스템의 붕괴와 새로운 생산시스템의 등장을 만들어낼 정도로 큰 위력을 경험하게 할 혁신이 우리에게 다가와 있다. 여기에서 문제는 이 결과 승자와 패자를 명확히 구분된다는 것이다. 1차 산업혁명은 영국을, 2차와 3차는 미국을 패권국으로 성장시켰고, 적응에 실패한 국가들은 선도국의 지위를 상실해 나갔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우리나라와 우리 기업들은 생존하고 승자가 될 준비가 되어있는가? 이것이 오늘 우리에게 던져진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혁명적 변화를 감내하고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준비는 부족하다는 우려가 크다. 세계 최고의 제조업과 정보통신 인프라가 있어도,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인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센서 등 핵심기술과 기획설계 등 소프트파워는 선진국 대비 취약한 수준이기 때문에 다가오는 4차 산업 혁명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부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다른 측면에서는 기술의 발전과 융합으로 생산체계가 변화하고, 기업 활동도 매우 다른 양상으로 변화할 것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노동과 일자리가 변화한다는 것이다. 특정 산업이 부상하고 다른 산업이 몰락해서 일자리가 변화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인간의 노동을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체하게 되어, 같은 산업 내에서도 노동의 패턴이 바뀌고 일자리 자체가 상당부분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현재 좋은 일자리가 지속적으로도 좋은 일자리로 남기는 어려울 것이고 이러한 변화는 더욱 빠르게 반복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적극적으로 올라탄다면 매우 큰 승리를 획득하겠지만, 낙오하게 된다면 일자리를 다른 국가나 기업, 또는 로봇에 빼앗길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재능과 기술을 가진 사람과 이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창조하는 기업은 이전에 경험할 수 없는 정도의 빠른 속도로 성장하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급속한 몰락과 도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여기서 착각하면 안 될 부분이 있다. 변화의 시기에는 규모가 큰 조직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먼저 도태한다는 믿음이 있다. 공룡이 몰락한 것도 너무 큰 덩치 때문에 빙하기라는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가장 먼저 사라졌다는 비유가 많이 인용된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중심의 경제구조, 개인보다는 기업위주의 분배 구조, 고소득자위주의 세제구조 등으로 인해, 우리 중소기업은, 일반 직장인은 이러한 변화에 적응할 여유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먼저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빙하기에 먹이를 축적해둔 공룡은 살아남고 나머지 작은 동물들이 먼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중소기업이, 개개인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변화되는 시대에 어떻게든 적응하려는 준비를 서둘러야 할 이유이다. 그래야만, 제4차 산업혁명이 우리를 몰락으로 싣고 갈 죽음의 차량(死車)으로 돌변하기 않게 하는 방법이다. 구체적으로 해야할 일은 각기 다르지만, 우리 모두가 세상의 변화를 보다 냉정히 바라보고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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