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24일 충북도의회 앞에서 '해외 연수 도의원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후 현관 유리문에 항의 팻말을 부착하고 있다. / 김용수

충북 청주를 비롯한 중부권 일원에 최악의 수해가 발생한지 엿새가 지났다. 이제는 수해복구에 집중해야할 시기지만 물난리 중 관광성 해외연수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충북도의회 김학철 의원(충주 1)의 부적절한 행태가 지속되면서 도민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특히 이번 해외연수가 김양희 의장이 결재하고 도의회 지도부도 모두 알고 이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도의회에 대한 비판여론도 뜨겁다. 물폭탄으로 수많은 도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성 해외연수를 강행한 도의원과 이를 결재한 도의회의 어처구니가 없는 행태가 도민들에게 커다란 실망을 준 것이다. 이처럼 도의회가 도민여론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인 것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도의회의 위상을 스스로 추락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김양희 도의회 의장은 '물난리 해외연수'가 불거진 지 엿새만인 어제 공식 사과했으나 도민들의 상처를 치유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사과가 너무 늦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해외연수 의원들을 두둔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재난 상황을 뒤로 한 채 해외연수를 강행한 것은 그 어떤 사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책임질 부분은 오롯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연수가) 외유성이라고 무조건 비난받는 것은 너무 가혹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사과다. 해외연수가 비난의 핵심이 아니다. 유례없는 수해로 도의회가 청주등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달라고 호소해놓고 그 다음날 일부 도의원들이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 무개념을 비난한 것이다. 도의회의 갈 짓자 행보는 이번뿐만 아니다. 후반기 임기 초반부터 의장 자리다툼을 하며 파행을 거듭해온 것은 물론 이번 연수에 참여한 김학철 의원은 "미친개들은 사살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박한범(옥천)의원은 2015년 음식점 술자리에서 공무원에게 맥주병을 던진 것이 문제가 돼 각각 도의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징계 없이 슬며시 넘어갔다. 평소에는 여야가 극심한 반목과 대립을 보이다가 이럴 때는 서로 감싸 안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을 레밍'이라는 발언으로 국민적인 공분(公憤)을 산 김학철 의원은 최근 SNS를 통해 자신의 행위에 대해 시종일관 변명하면서 엉뚱하게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비난하는가하면 언론을 '레밍언론', '매춘언론'이라는 표현으로 적개심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도민들에게 사과는 했지만 진정성이 털끝만큼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이는 도의원으로서 자질을 떠나 인격의 문제다. 충북도의회가 통렬한 자기반성을 통해 자정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김학철 의원부터 징계절차를 밟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다.

이번 충북수해를 통해 충북도의회는 전국적으로 조롱과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결코 우연히 벌어진 것이 아니다. 도의원으로서 책임감과 직업적인 소명의식도, 최소한의 정치적인 감각도 보여주지 못했다. 도의회가 혁신하려면 말로만 해서는 안된다. 도의회가 어떻게 환골탈태(換骨奪胎)할지 도민들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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