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글을 잘 쓰는 능력이 경쟁력인 시대이다. 대학에 들어가거나 취업을 할 때도 자기를 소개하는 글의 영향력은 크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내고 싶어 하고,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관심이 많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과 강좌들도 넘쳐난다. 신간들이 출판시장의 불황에 상관없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책을 내고 싶은 사람은 늘어난다.

글쓰기는 삶의 정곡을 되짚고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낱말을 매만지는 작업이다. 문장들이 끊임없는 고뇌 속에서 탄생한다. 명문장(名文章)은 엉덩이를 붙이고 몰입하는 시간에서 나온다. 조정래 작가는 0.1초의 습관과 싸워 가며 엉덩이를 붙이고 대작을 남겼다. 이기주 작가는 "엉덩이력(力)과 필력(筆力)은 믿음을 가지고 종일 앉아 있다 보면, 다른 문장으로 대체될 수 없는 단 하나의 문장이 떠오르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런 과정에서 탄생되는 명문장은 책의 여백 위에만 남겨지는 게 아니라 읽는 이의 머리와 가슴에 새겨져 살아 숨 쉰다.

문장을 구사(驅使)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많이 듣는 것(多聞)으로 시작된다. 한 사람이 경험하는 삶은 유한하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듯이(以聽得心),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 상대방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以聽得慧). 타인의 인생에 숨어있는 이야기는 좋은 글감의 산실이다.

필력(筆力)은 많이 읽을(多讀) 때 생긴다.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 다만 새로운 조합만 있을 뿐이다.'는 말이 있다. 책을 읽는 행위는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는 작업이고, 글을 써내는 일은 물을 먹고 자란 콩나물 같은 결과물이다. 행간을 곱씹고 읽으며 익힌 좋은 문장들이 명문장을 쓸 수 있게 해준다. 책을 많이 읽는 것과 좋은 글쓰기는 동격이다.

격조 있는 글은 많이 생각하는 것(多想量)에서 나온다. 장석주 작가는 "사색은 깊이 생각함이다. 생각함은 상상과 추론으로 지혜와 통찰에 이르는 길이다. 깊이 생각함은 무한의 눈으로 유한한 삶을 바라보는 축복이다."고 말한다. 생각의 깊이와 넓이가 글의 수준과 내용을 결정한다. 좋은 생각이 본받을 행동으로 이어지듯 좋은 상상력으로 쓴 글은 두고두고 읽고 싶은 명작으로 남는다.

글쓰기 능력은 많이 써보는 것(習作)으로 귀결된다. 습작은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좋은 문장을 만들어 보는 작업이다. 어떤 분야든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시간의 양이 장인을 만들듯 글을 쓰는 습작의 시간이 명필가를 길러낸다.

필력은 글을 고쳐 쓰는 것으로 완성된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일은 고치는 행위의 연속이다. 글을 쓰는 과정은 약초를 찌고 말리기를 아홉 번씩 거듭한다는 구증구포(九蒸九曝)로 비유된다. 좀 더 가치 있는 단어와 문장을 찾아낼 때까지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면서 글은 깊어지고 단단해지고 빛이 난다.

이종완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글은 마음의 창이고 삶의 축소판이다. 마음과 일이 혼란스러우면 정제된 글을 쓰기 어렵고 글이 요원해진다. 글의 진정성은 수신(修身)을 제대로 실천하는 일상에서 잉태된다. 진정성이 없는 글은 산만하고 독자에게 감동을 주기 어렵다. 글 쓰는 작업은 의견과 사실을 구별하고 삶의 허기를 달래주며 삶의 정수(精髓)를 맛보게 해주는 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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