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풍이 짭쪼름한 해안 아슬한 절벽에 각혈하듯 붉게 피어났어야 했을 동백이었다. 지난 해 평소 가까이 지내던 후배가 보내준 동백나무 화분이 하나 있었다.
 처음엔 꽃봉오리가 어찌나 탐스럽게 많이 맺혀있고 초록의 싱그런 잎새가 반질거리며 윤이 나던지 출근해서 바라보는 즐거움이 제법 쏠쏠했다.
 그러나 수형을 바로잡기 위해 나무 전체를 칭칭 감아논 철사 가닥이 웬지 영 마음에 걸렸다. 한 해 동안 그런대로 물도 때 맞춰 주고 비가 올적마다 화분을 내놨다 들여놓기를 반복 했음에도 벙글던 꽃봉오리는 한번도 꽃을 피워보지 못하고 꽃잎이 엷게 퇴색된 채 시나브로 져버리는 안타까움만 안겨줬다.
 마치 장마 지난 울안 땡감 꼭지 떨어지듯 꽃망울이 통째로 떨어지는 데야 대책이 없었다. 급기야 어제는 큰 맘먹고 나무를 감고 있는 철사를 모두 풀어내는 데 무려 한 시간이나 걸렸다.
 그리고 사무실에 더 이상 둘 것이 아니라 아예 집으로 가져가 화단에 심기로 작정했다. 아무리 조심해서 철사 매듭을 찬찬이 풀어내도 잔 가지가 여러군데 부러지고 말았다.
 연록의 잎새가 마악 돋아나는 데 된서리를 맞게 해준 것 같아 마음이 찐했다. 가만히 나무를 보니 허위허위 달려온 내 삶의 실체가 투영되어지는 것은 또 무슨 이유일까?
 지난 세월 초등학교 첫 졸업장을 타 들고 알지도 못할 뿌듯함에 십여리 고갯길을 단숨에 뛰어넘던 그날 이후 그 많은 릫증뀗렟?릫장뀗렳?위하여 나는 얼마나 바람같이 떠돌며 부질없는 철사가닥을 내 몸에 칭칭 감아대고 있었던가?
 이제 그 철사가닥을 끊어내듯 나도 삶의 중압감을 훌훌 벗어버리면 다시 새 땅에 활착하여 생기를 되찾을 동백나무처럼 싱그러워질 수 있을지 당최 모를 일이다. / 충일중학교 행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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