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리움·만남·영감·씨앗·신화 등 테마 아름다움 전달
"동양적 매력·샘물같은 다양성"호평 … 러시아 연장전시도
영혼담은 작품 통해 생명 근원에 대한 질문 던지고 싶어

서양화가 오금숙씨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우리 삶에는 언제 어디서나 사랑, 그리움, 기다림, 행복, 만남, 이별, 슬픔, 정, 고독 등 극과 극이 존재하지만 우주의 변하지 않는 진리의 근원은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1996년 파리로 유학을 떠나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해온 중견화가 오금숙(60)씨가 최근 프랑스와 러시아에서 잇따라 개인전을 가져 화제가 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5월 18일부터 6월 6일까지 사베른(SAVERNE) 성 프란체스코 수도원박물관(Expos de Cloitre Gallery)에서, 러시아에서는 6월 14일부터 7월 4일까지 야쿠츠크(Yakutsk) 국립미술관(National Fine Arts Museum of Sakha)에서 각각 전시를 가졌다. 러시아 전시는 작품에 대한 호평이 이어져 세르겔 야스호스키 아그니홀(North-Eastern Federal University) 등에서 올해 연말까지 앙코르 릴레이 전시로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 28일 보은을 찾은 오 작가의 작품세계를 들여다 봤다.

"동양의 도취적인 매력" 호평


동양의 도취적인 매력과 샘물 같은 다양성, 신화적 이미지를 통한 인간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오 작가는 이번 해외전시에서 그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삶에 대한 질문들을 사랑, 씨앗, 기다림, 무지개 언약, 수수께끼, 우주, 성령, 부활 등의 작품에 담아 선보였다.

특히 영혼의 근원, 가족의 사랑, 신화적 영감을 담은 반추상, 반상징적 회화작품들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우리는 왜 사는지, 어디를 향해 가는지, 무엇으로 사는지 등의 철학적 질문을 던져 인간내면을 깊이 되돌아보게 한다는 호평을 받았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수많은 감정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물어지기도 하고, 또 단단해 지기도 하면서 자기만의 성을 쌓게 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그중 어두운 측면보다는 아름다운 측면을 승화시키는 작업에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그녀는 아름다움의 원리를 삶의 근원으로 삼고 한 작품 한 작품에 자신이 체험하고 가지고 있는 종합적 경험의 영감 등 모든 것을 담는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예술은 손 끝의 테크닉이 아닌 음악, 책, 과학, 건축, 디자인, 의상 등 모든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한다. 특히 그녀에게 어린 시절부터 조예가 깊었던 음악은 작품을 하는데 있어 공기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중등교사 생활하다 미국·프랑스로


오 작가는 대전 목원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후 중등교사 생활을 하다 1990년 미국으로 건너가 4년간 활동한 뒤 1996년부터는 프랑스에서 살며 작품활동을 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화단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관훈미술관 기획초대전, 한국현대미술뉴욕초대전, 동아갤러리 '서울New-Topic초대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LA PIERRE LARGE GALLERY 초대전, 베이징 789 아트 페스티벌, 밴쿠버 SHIN GALLERY 등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중국, 일본 국내외에서 총 52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오 작가는 이후 2007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국내외 전시활동을 병행하며 대전에서 '토탈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번잡한 곳을 벗어나 대전 전민동에 자리잡은 '토탈갤러리'는 40여 년간 걸어온 그녀의 작품세계는 물론 해외생활을 통해 접한 유연한 사교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오 작가는 이곳에서 타인과 타인이 만나 작품을 감상하고 다양한 분야의 담론을 논하는 건강한 프랑스식 살롱문화를 전하고 있다.

"40여 년간 경험 사회환원 희망"


"나이가 들수록 신앙과 신의 세계에 대한 경외심과 거룩함이 커진다"는 그녀는 요즘 아름다운 삶의 자세, 정제된 마음, 구분된 삶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런 심오함을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어 20여 년 전부터는 작품에 보석물감을 덧입히고 있다. 다양한 색깔의 보석물감은 평면회화에 생기있는 빛을 더하며 작품을 보는 각도에 따라, 그림을 만나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각기 다른 느낌을 전하고 있다.

"작가는 어떤 시대의 흐름에 휩쓸림 없이, 어떤 장르에 구애됨 없이 고고하게 자기만의 세계를 지킬 수 있어야 하고, 끊임없이 작업을 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이 샘솟듯 있어야 하며, 근원적인 사상의 단단한 반석 위에 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그런 저만의 원칙을 지키며 삶의 순간 순간 마주한 진솔한 모습과 나만의 감성을 동서양의 미학으로 엮어 조화롭게 구현하고 싶습니다."

젊은 날엔 새롭고 넓은 세계에 대한 갈망과 열정으로 다양하면서도 생기발랄한 프랑스를 좋아했다는 그녀는 "최근 러시아 전시를 통해 지구는 정말 넓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백야축제(White Nights)에서 느낀 감동과 러시아 특유의 광활한 평야, 드넓은 호수, 자작나무숲이 준 평화를 새로운 작품에 담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재능을 발견해주고 발전시켜주는 러시아의 예술교육의 힘과 저력에 부러움을 많이 느끼고 왔다"며 "기회가 되면 40여 년간 해외에서 체험한 예술적 경험을 우리나라 후대세대에 전하는 일에 일조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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